"멤버들이 가사를 쓴 노래는 더 유심히 듣게 되는데, 표현력이 뛰어나다는 걸 느껴요. 어떤 가사로 불러야 입에 잘 붙는지 느낌을 알고 있거든요."
JYP 소속 심은지 작사가 겸 작곡가가 최근 발매된 트와이스의 정규 2집 '아이즈 와이드 오픈(Eyes wide open)'을 두고, 멤버들이 직접 작사한 작품들에 대해 내놓은 평가다. 새 앨범에는 멤버 지효(업 노 모어·UP NO MORE), 사나(두 왓 위 라이크·DO WHAT WE LIKE), 다현(브링 잇 백·BRING IT BACK, 퀸·QUEEN), 채영(핸들 잇·HANDLE IT), 나연(디펜드 온 유·DEPEND ON YOU)이 가사를 쓴 노래가 수록됐다. 앨범의 절반에 달하는 분량이다. 심 작사가는 "특히 (일본 출신인) 사나는 모국어도 아닌데 어떻게 이렇게 가사를 잘 쓰는지 매번 놀란다"고 했다.
올해 여름을 달궜던 프로젝트 그룹 '싹쓰리'의 노래 '그 여름을 틀어줘'를 작곡하는 등 심 작사가는 가요계 트렌트의 최전선에 있다. 트와이스와는 히트곡 '예스 오어 예스(YES or YES·2018)' 등을 함께 작업하며 인연을 쌓았다. 이번 앨범에선 타이틀 곡 '아이 캔트 스톱 미(I CAN'T STOP ME)'와 '헬 인 헤븐(HELL IN HEAVEN)' 등 가사를 썼다. 특히 타이틀 곡은 박진영 대표와 함께 작업했다.
레트로 감성이 돋보이는 이번 신보는 타이틀곡 '아이 캔트 스톱 미'를 통해 주제를 전하고 있다. '마음속으로는 다 알고 있잖아 결국에는 선을 넘게 될 거라는 걸' 등 가사를 보면 어떤 현실 속에서 내적갈등에 휩싸인 화자를 떠올릴 수 있다. 가사에 '건너편의 너와 난 이미 눈을 맞춰'와 같은 표현이 등장하지만 "단순히 이 노래는 인간관계에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게 심 작사가의 설명. 그보다는 "우리 주위에서 죄와 악이라고 정의되어 있는 것뿐만 아니라 내적 갈등을 일으키는 모든 것을 노래했다"고 했다. 갈등을 유발하는 주체는 특정 대상이 될 수도, 또 다른 내가 될 수도 있다. 듣는 이에 따라 복합적인 해석이 가능하다.
타이틀곡의 경우 심 작사가가 박 대표와 오랜 "티키타카(축구에서 짧은 패스가 오가는 것처럼 상대와 합이 잘 맞는다는 의미)" 끝에 탄생했다. 심 작사가는 "캐릭터나 상황 설정을 서로 다르게 한 부분이 있어 수정을 해야 했는데, 내가 꼭 사수하고 싶은 부분은 결국 존중해 주셨다"면서 "실시간 가사 수정은 처음이라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