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밍아웃' 검사 사표 받으라"는 靑 청원… 9년 전 조국 발언 닮았다

입력
2020.10.31 10:49
검찰 반발 기류에 靑 청원서 지지자들 '맞불'
조국 "檢 사표 내면 다 받아야" 발언도 재조명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에 쓴소리를 내놓은 검사를 공개적으로 저격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향한 일선 검사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이들의 '사표'를 받아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등장했다. 9년 전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검사들이)집단항명으로 사표를 제출하면 다 받아야 한다"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발언도 맞물려 재조명됐다.

3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커밍아웃 검사 사표 받으시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자성의 목소리는 없이 오히려 정치인 총장을 위해 커밍아웃하는 검사들의 사표를 받아주시라"며 "검찰개혁의 시작은 커밍아웃하는 검사들의 사표를 받는 일부터 시작"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당 청원은 31일 오전 11시 기준 4만8,000여 명의 동의를 얻었다.

최근 검사들 사이에서는 자신의 이름을 밝히고 추 장관에게 항의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앞서 이달 28일 제주지검 형사1부 소속 이환우(43·사법연수원 39기)가 검찰 내부 전산망에 '검찰개혁은 실패했다'는 글을 올려 현 정부와 추 장관을 꼬집자, 추 장관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SNS를 통해 이 검사의 과거 행적을 들춘 것이 발단이었다. 추 장관은 "좋다, 이렇게 커밍아웃해 주시면 개혁만이 답"이라고도 했다.

그러자 다음날 춘천지검 공판검사실 소속 최재만(47·36기) 검사가 "나도 커밍아웃하겠다"며 추 장관을 비판하는 글을 남기는 등 '반(反) 추미애' 기류가 거세지는 모양새다. 이 글에는 응원과 지지를 드러내는 검사들의 댓글만 약 200개가 달렸다.

조국, 검찰개혁 역설하며 "나가겠다면 보내야"

확산하는 검찰 내 반발 기류에 여권 지지자들은 조 전 장관의 과거 발언을 들어 개혁의 필요성을 강변하고 나섰다.

조 전 장관은 서울대 교수 시절인 2011년 12월 '검찰개혁 토크 콘서트'에서 검찰개혁의 방법을 제안하면서 반드시 반발하는 이가 생길 것이라 내다봤다. 그는 당시 "나가시겠다고 하는 사람은 빨리 보내드려야 된다"라며 "집단 항명으로 검사들이 사표를 제출하면 다 받으면 된다"라고 말했다. 빈자리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졸업생들로 채워 '새로운 검찰'을 만들자는 주장이었다.

황희석 열린민주당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조 전 장관의 해당 발언을 공유하면서 "100명도 좋고 200명도 좋다. 어차피 검찰개혁 본류에 들어서면 검사들 이렇게 많이 필요하지도 않다"라고 했다. 이어 "요새 밖에 많이 춥다. 변호사 일 옛날 같지 않으니 참고하시라"고 덧붙였다.

전혼잎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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