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기관 납품을 뚫어주는 대가로 수억원의 돈을 챙긴 혐의로 구속된 '운동권 대부' 허인회(56) 전 녹색드림협동조합 이사장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검찰의 강압 수사 의혹을 제기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2단독 이원 부장판사는 30일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청탁ㆍ알선을 해 주겠다며 금품을 수수한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구속기소된 허 전 이사장과 불구속 기소된 공범 A씨, B씨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허 전 이사장은 정부기관 등에 납품을 돕는 대가로 총 3억9,000만원을 받아 챙기고 이와 별도로 억대의 돈을 받기로 약속한 혐의를 받는다.
이날 허 전 이사장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허 전 이사장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돈을 준 업체와 나의 협동조합은) 무선도청 탐지장치 사업에 대해 공동의 이해 관계를 가진 사실상의 동업 관계"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회를 상대로 한 청원 활동, 정보수집, 영업활동 등은 나의 일을 이행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생태계보전협력금 반환사업과 관련해 영업과 홍보 업무를 실제 수행했으며, 세금을 공식 신고하고 납부하는 등 정상적으로 활동했다"고 덧붙였다.
허 전 이사장은 검찰 수사 방식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발했다. 허 전 이사장은 "검찰은 1년 6개월간 100명이 넘는 사람을 소환조사했으며, 20곳 넘게 압수수색을 했다"며 "과잉수사가 이뤄졌음에도 피고인의 방어권이 극도로 제한됐으며 코로나 사태 이후 면회 시간은 1주일에 8분밖에 주어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흘에 걸친 연속 심야 수사로 당뇨가 악화됐고 실명 위기에 처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에 따르면 허 전 이사장은 2014년 9월부터 2017년 2월까지 무선도청 탐지장치 납품업자의 부탁을 받아 국회의원들에게 청탁·알선을 넣어주는 대가로 수회에 걸쳐 1억700만원 상당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허 전 이사장은 △2016~18년 생태계보전협력금 반환사업 대상지 선정과 관련 국회의원 등에게 청탁해 주는 것을 대가로 A씨와 함께 2억5,000만원을 받은 혐의 △음식물 쓰레기 침출수 처리장 변경을 서울시 공무원에게 청탁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1억원 수수를 약속 받아 3,000만원을 챙긴 혐의도 받는다.
'386의 대부'로 불렸던 허 전 이사장은 1985년 고려대 총학생회장을 지냈고, 같은 해 미 문화원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2000년 새천년민주당, 2004년 열린우리당 공천을 받아 총선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