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구금 앞둔 MB 병원 외출... "조용히 수감생활 할 것"

입력
2020.10.30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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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부품 업체 다스의 자금을 횡령하고 삼성 등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징역 17년형이 확정된 이명박(79) 전 대통령이 재수감을 사흘 앞둔 30일 병원 진료를 위해 외출했다가 귀가했다. 이 전 대통령은 전날 측근들을 만나 "조용히 수감생활을 할 것"이라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19분쯤 검은색 정장 차림에 흰 마스크를 낀 모습으로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저에서 나와 종로구 서울대병원으로 향했다. 부인 김윤옥 여사와 동행한 이 전 대통령은 내분비과 등에서 진료를 받고, 장기간 복용할 약을 처방 받아 오전 11시쯤 자택으로 복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통령은 수면무호흡증과 당뇨 등을 앓고 있어, 지난해에는 해당 지병 악화를 이유로 법원에 보석을 청구했다.

이 전 대통령은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내려진 전날에는 측근들을 만나 법원 판단과 이후 수감 생활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에 몸담았던 비서실장과 국회의원 등은 전날 오후 이 전 대통령의 사저를 찾았다. 재판 부당성을 토로하고 건강 악화를 우려하는 측근들에게 이 전 대통령은 "정치 재판은 표적을 정해놓고 하는 것"이라면서도 "조용히 수감 생활을 할 것이며 걱정은 하지 말라"는 당부를 전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당장 형 집행정지를 고려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은 전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다스 자금 등 횡령과 삼성그룹 뇌물 등 혐의를 유죄로, 그 나머지 공소사실 및 직권남용, 일부 다스 법인세 포탈의 각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 판결이 옳다고 봤다.

검찰은 형 집행 대상자가 된 이 전 대통령 측이 출석 연기를 요청하면서 다음 달 2일 형을 집행하기로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서울 동부구치소에 재수감된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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