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노동조합이 지난해에 이어 또 다시 파업에 돌입한다. 이번에도 임금협상 요구안과 부평2공장 신차 배정을 놓고 사측과 충돌을 벌이면서 파업으로 치닫게 됐다.
29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한국GM 노조는 이날 오후 사측과 21차 임단협 교섭에 들어갔다. 노조는 당초 20차 교섭이 진전 없이 마무리되자 이날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파업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는데, 사측에서 긴급하게 교섭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사측은 2년치 협상을 전제로 최초 제시안보다 성과금, 격려금 등을 230만원 높인 700만원을 최종안으로 내놨지만, 노조 측은 2년치 협상은 안되고 월 기본급 12만304원 인상과 통상임금 400%에 600만원을 더한 성과급(평균 2,000만원 이상) 지급 요구를 고집하면서 끝내 합의를 이끌지 못했다.
노조는 이날 교섭 후 쟁대위를 열고 부분 파업 등 투쟁지침을 마련했다. 30일과 다음 달 2일 각각 4시간씩 파업에 들어가며 다음 쟁대위가 열릴 때까지 잔업과 특근 중단도 이어간다. 한국GM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수용할 수 없는 안을 제시해 내부 격론을 거쳐 부분 파업을 하기로 결정했다”며 “향후 회사 입장 변화를 보면서 투쟁 수위를 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면 파업을 피했지만 노조는 지난해에도 7월부터 2019년 임금 교섭에 들어가 파업과 노조 집행부 교체 등을 거친 끝에 올해 4월 합의를 이뤄낸 바 있다.
2년 연속 파업이 벌어진 또 다른 요인으로, 회사의 미래 발전 계획 중 한 부분인 부평2공장 유지 방안이 꼽힌다. 이 공장에서는 현재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트랙스와 중형 세단 말리부 등을 생산 중인데, 확정된 생산 일정이 2022년 7월까지이고 그 이후 계획이 결정되지 않고 있다. 노조 측은 차량 미배정으로 부평2공장도 군산공장처럼 폐쇄 수순을 밟게 되는 것 아닌지 우려한다.
2018년 군산공장 폐쇄로 벌어진 한국GM 사태 당시 노사는 부평2공장에 대해선 "물량 확보를 위해 함께 노력한다”고만 합의하고 마무리했다. 구체화한 내용이 없었던 합의는 재차 노사 갈등을 일으키는 시발점이 됐다. 한국GM은 GM의 한국 사업장이라서 국내 공장의 신차 배정, 생산 물량 확정 등 주요 운영 사안은 GM에서 결정ㆍ통제하는데, 2018년 당시 GM에게 확약을 받지 못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노조가 실익을 챙기는 게 우선이라고 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국내외 자동차 시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도 한국GM은 북미 시장에서 트랙스, 트레일블레이저 등의 판매 호조로 수출 증가 효과를 보고 있는 만큼 이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는 조언이다.
실제 한국GM은 올 상반기 수출이 전년 동기보다 36.1% 감소한 12만4,946대에 그쳤지만, 7월(수출 10.1% 증가)부터 3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에도 전년 같은 달보다 2배 이상 증가한 3만4,447대를 수출했다. 올해 상반기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공장 가동 중단으로 약 2,500억원에 달하는 생산 손실을 본 상황에 얻은 실적이어서 남은 기간 공장 가동은 매우 중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이 또 다시 생산 차질이 빚어지면 본사에서 사업장 철수를 생각한다고 밝힌 것도 지금이 중요 시점이라는 의미”라며 “강성 노조 대표주자 현대차 노조가 올해 임금 동결에 합의한 것처럼 어려운 회사를 살리는 행동을 우선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