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탄소중립’ 진정성, 구체적인 이행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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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30 04:30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2050년을 목표로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문 대통령이 탄소중립과 관련해 시한을 정한 건 처음이다. 세계적 추세나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고려하면 다소 늦었으나 다행스런 일이다.

문 대통령은 “국제 사회와 함께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해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나가겠다”고 밝혔다. 배출하는 온실가스량과 제거하는 온실가스량을 동일하게 맞춰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은 실천 방안으로 노후 건축물과 공공임대주택의 친환경 시설 교체, 전기차와 수소차 보급 및 기반 인프라 투자 확대, 지역 재생에너지 사업 지원 확대 등을 제시했다. 도시 공간ㆍ생활 기반시설의 녹색전환에 2조4000억원, 전기ㆍ수소차 보급과 충전 인프라에 4조3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그간 미온적인 정부의 태도에 시민단체와 정치권, 나아가 국제사회까지 한국의 동참을 촉구해온 터다. 특히 정부가 지난 7월 발표한 그린뉴딜 정책에 탄소중립이 담기지 않자, ‘무늬만 그린’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더구나 우리 정부는 이미 5년 전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이 산업혁명 이전보다 1.5도를 넘지 않도록 노력하기로 한 파리기후변화협약에 합의했다. 이후 2018년 유엔 산하 ‘기후변화 정부 간 협의체(IPCC)’는 1.5도를 마지노선으로 유지하려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있다.

중요한 건 정책으로 선언의 의지를 증명하는 일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려면 석탄발전부터 퇴출하는 게 급선무지만, 정부는 발전구조 조정이나 예산 투자 계획은 아직 내놓지 않았다. 당장 정의당이 “올해에도 2건의 석탄발전 수출과 금융 지원을 결정한 정부가 갑자기 무슨 수로 2050년에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냐”고 지적한 이유다.

한국은 2018년 기준 온실가스 발생량이 세계 11위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문 대통령의 이번 선언이 제대로 평가 받으려면, 정부가 에너지 공급ㆍ산업ㆍ건물ㆍ수송 등 사회 전반의 정책을 전환하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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