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문 열어도 공책은 못산다? 웨일스 마트 곳곳 테이프 등장한 사연은

입력
2020.10.29 15:30
영국 웨일스, 강력 봉쇄조치에 비필수품목 구입 못해
누리꾼 "독재냐" "기자에게 공책도 '비필수품목'?"

영국 웨일스 지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여파에 강력한 봉쇄조치를 도입한 가운데 마트에서는 일부 품목의 판매를 금지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사람들이 마트에 오래 머물지 못하도록 한 것인데, 시민들은 격렬하게 반발하는 모습이다.

23일(현지시간) 오후 6시부터 다음달 9일까지 웨일스 전역에 강력 봉쇄 조치가 적용됐다. 19일 기자회견을 통한 발표 당시 마크 드레이크포드 웨일스 자치정부 수반은 "제한된 시간의 방화선(firebreakㆍ화재 등의 확산을 막기 위한 선)은 짧고 급격한 것이어야만 바이러스 확산을 늦추고 우리에게 시간을 벌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미니 봉쇄조치'인 '서킷 브레이크' 적용에 술집과 식당을 포함해 모든 비필수업종 가게는 문을 닫아야 한다. 필수 인력을 제외한 나머지 직장인은 재택 근무를 해야 한다. 다른 집 사람들끼리 만남은 실내는 물론 실외에서도 금지된다.

특히 마트에서도 사람들이 오래 머물지 못하도록 아동복을 비롯한 의류와 책 등을 '비필수품목'으로 지정해 판매를 금지하기도 했다.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필수 품목들을 살 수 없게끔 테이프나 비닐 등으로 가려놓은 사진들이 올라와 있다.

이에 현지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정부 지침에 항의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나는 학위를 따기 위해 이중 몇 개의 상품을 사야한다. 정말 비필수 품목이 뭔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Jo****), "살면서 이렇게 멍청한 일을 본 적이 없다"(Ju****)는 등 볼멘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완전히 독재다"(Cr****)라는 날선 비난도 나왔다.

"기자가 공책을 사는 일이 정부에 의해 '비필수품목'이라는 이유로 금지되는 일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Be****), "당신의 친척이나 친구가 코로나19로 죽게 된다해도 당신은 위로의 카드조차 살 수 없다"(ma****)는 등 조롱도 나왔다.


손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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