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과학도 '과학적'으로" 칼 세이건의 우아한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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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9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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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있었기에 ‘코스모스’도 가능하지 않았을까. ‘브로카의 뇌’는 1980년 코스모스가 출간되기 1년 전 과학에 대한 칼 세이건의 단상을 그러모은 글이다. 금성의 대기 환경을 분석하고, 나사(NASA)에서 행성 탐사 계획을 짜던 ‘밀실의 과학자’가 세계적인 대중 과학 전도사로 거듭나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세이건이 말하는 과학은 한마디로 ‘우아한 질문’이다. 과거보단 나아졌을지 모르나, 여전히 과학은 대중과 친숙하지 않다. 그 공백을 꿰차고 들어오는 건 과학을 가장한 사이비, 유사과학자들이다. 세이건은 이들을 ‘역설가’라고 부르는데, 과학이 이해한 바를 입증되지 않은 교묘한 설명과 알기 쉬운 용어로 그럴듯하게 이야기하는 사람을 말한다.

지구가 행성계 규모의 천재지변을 겪으며 인류의 흥망성쇠가 결정됐다는 주장으로 스타 덤에 오른 ‘충돌하는 세계’의 저자 벨리콥스키도 그 중 하나였다. 흥미로운 이야기에 대중들은 열광했지만, 과학자들의 반응은 경멸과 무시, 분노였다.


세이건은 달랐다. 과학의 권위로 깔아 뭉개는 대신 우아한 질문으로 맞섰다. 팩트체크를 통해 벨리콥스키의 허무맹랑한 주장을 조목조목 기각해버렸다. "나는 비범한 일들은 확실히 탐구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비범한 주장에는 비범한 증거가 요구된다." 세이건에게 과학으로 소통하지 못할 영역은 없었다. 과학은 “자기 수정적”이어야 하고, “지식의 총체이기보다는 지식을 얻는 하나의 방법”이며, 따라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억제하는 이유가 될 수 없다.”

광막한 우주의 신비와 지구의 경이로움을 대중에게 선물한 세이건의 코스모스 시리즈가 탄생한 건 이런 열린 자세 덕분 아니었을까. 책이 국내에 완역 출판된 것은 처음이다. 코스모스 시리즈가 세상에 나온 지 올해로 40년, 세이건의 글이 그리운 '코스모스 덕후'들에게 반가운 선물이 돼줄 책이다.

강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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