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은 정부가 2030년까지 공시 가격의 시세 반영률을 90%까지 올리기로 한 것을 두고 "10년간 계속 조작을 하겠다는 발표"라며 29일 목소리를 높였다. 따로 공시 가격을 둘 것 없이 '시세'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 옳다는 주장이다.
김 본부장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부동산 공시 가격에 대해 "(국토교통부) 장관의 전결사항이라 장관이 10억원짜리 집을 조사해 10억원이라고 발표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10억원짜리 집을 자꾸 6억원이다 5억원이다 7억원이라고 조작해서 발표한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정부가 매년 1,800억원을 들여 (부동산) 가격 조사"를 한다"라며 "전문가가 조사해 온 그대로 발표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토부의 용역을 받은 국토연구원은 27일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안)'을 발표했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실거래가 대비 공시가격)은 단독주택 53.6%, 공동주택 69.0%에 그친다. 이를 15억원 이상은 2025년까지, 9억원 미만은 2030년까지 시세 대비 90% 수준으로 높이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본부장은 이런 계획에 정부의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 임기가 앞으로 10년 남은 게 아니지 않나"라며 "결국 자기 임기 때는 시세대로, 조사된 결과대로 하지 않겠다는 발표"라고 지적했다.
공시 가격 인상 시 세(稅)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김 본부장은 개인과 법인의 세율을 똑같이 매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인의 공시 가격은 시세의 70%인데 법인이 가진 부동산(의 공시 가격)은 시세의 30%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왜 똑같이 조사해서 70%, 30%로 낮게 조작하나. 그건 재벌을 계속 봐주겠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김 본부장은 정부가 개인을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모는 태도를 강하게 질타했다. 김 본부장은 "세금도 개인은 2%에서 6%까지 올렸는데 법인은 0.7% 상태를 그대로 유지한다"라 "정부가 재벌에는 특혜를 주고 개인에게만 과세를 높이면서 마치 개인들이 집값을 올린 것처럼 (한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잘못된 23번의 정부 대책이 집값을 올렸는데 그 책임이 마치 개인들에게 있는 것처럼 한다"라고 전했다.
공시가 현실화를 앞두고 정부·여당에서 공시가격 9억원 이하 아파트를 보유한 1주택자의 재산세를 최대 50% 낮추기로 한 것 역시 적절한 대책이 아니라고 봤다.
김 본부장은 "9억원 이상의 집을 가진 사람은 이미 10배 가량의 세 부담이 늘었다"라며 "그 사람들이 응징해야 할 대상인가"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공평하게 하자"며 "낮춰주려면 같이 낮춰주고 높이려면 같이 높여줘야 한다"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