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교육부, 7년만에 마주 앉은 단체교섭 테이블

입력
2020.10.29 16:15
9월 법적지위 회복한 전교조의 첫 교섭
2013년 박근혜 정부 때 교섭 중 법외노조
"상황 많이 달라져…교섭안 수정할 것"


대법원 판결로 지난달 4일 법적 지위를 회복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교육부와 7년만에 단체교섭을 재개했다. 앞서 전교조는 2013년 박근혜 정부 시절 단체교섭을 진행했지만 고용노동부의 ‘법외노조’ 통보를 받아 교섭이 중단된 바 있다.

교육부는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권정오 전교조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단체교섭 본교섭 개회식을 열었다고 밝혔다.

유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전교조가 지난 9월 7년여 만에 교원노조 지위를 회복하고 노조의 권리를 정당하게 행사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 것 같다”며 “진지한 대화와 속 깊은 논의를 거쳐 교원의 근무 조건이나 후생 복지뿐 아니라 경제·사회적 지위 향상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권 위원장 역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같은 감염병 일상화의 시대에 대비한 장기적인 대비책을 수립하고 한국 교육의 새로운 방향을 논의하는 생산적인 교섭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교육부에서는 유 부총리를 비롯해 홍기석 학교혁신정책관 등 7명이, 전교조에서는 권 위원장을 비롯해 박동일 교섭국장 등 7명이 참석했다.

전교조는 2013년 중단된 단체교섭 요구안을 제시하고 교육부와 향후 협의 일정을 논의했다. 당시 단체교섭 요구안에는 노동조합 활동 보장, 근무여건·처우 개선, 성평등과 저출산 대책, 정규직 교사 확대, 대학교원과 동등한 정치적 자유 보장 등 136개조 363개항(부칙 5개조 12개항 별도)이 포함됐다. 전교조 관계자는 “7년 전 제출된 단체교섭안은 현재의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실효성이 상실된 조항도 상당수 있을 것”이라며 “조합원들과 전체 교사들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7년 전 제출한 단체교섭안의 내용을 재검토하고 이에 따라 단체교섭안을 수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례로 학급당 학생 수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상위 수준으로 줄여달라는 요구는 이번 교섭에서 ‘학급당 20명 이하’로 구체화됐다. 권 위원장은 “코로나19 시대에 우리 교육 최대의 과제는 어떤 감염병이 와도 안전한 학교를 만드는 것”이라며 “그 대안으로 학급당 학생수를 20명 이내로 감축하는 것이 유일한 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전교조 본부와 단체교섭을 시작함에 따라 각 시·도교육청에서도 교섭이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28일 조희연 교육감이 전교조 서울지부와 상견례를 갖고 교섭에 돌입했다. 전북도교육청 등 법외노조 시절(올해 3월) 단체협약을 체결한 일부 시도교육청은 그대로 효력을 발휘한다.

이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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