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탄파' '반탄파' 불붙은 밤샘·단식 농성전… 민노총 '1박 2일' 집회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선고일이 가까워지면서 '찬탄파(탄핵 찬성)'와 반탄파(탄핵 반대)' 양측이 경쟁하듯 장외 밤샘·단식 농성전을 벌이고 있다.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 서십자각터 인근엔 파란색 천막 10여 동이 일렬로 줄지어 있었다. 그 위로는 시민단체, 정당 깃발이 나부꼈다. 전쟁터 '막사'를 떠올리게 하는 이곳은 '윤 대통령 파면 촉구' 철야 농성장이다. 양대 노총 등 1,549개 시민단체가 속한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비상행동(비상행동)의 공동대표 등 20명은 윤 대통령이 석방된 8일부터 나흘째 단식·철야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비상행동 천막 옆으론 국회를 떠나 광장으로 온 야당 천막들이 들어섰다. 전날부터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정의당, 진보당 등 야당 의원들이 단식 농성을 시작했다. 진보당은 이날 밤 서십자각 농성장에서 의총을 진행한 뒤 밤새 자리를 지키기로 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도 철야 농성을 예고했다. 이날 낮 기온은 15도 안팎을 웃돌았지만, 밤사이 추위에 대비해 천막 돗자리를 여러 겹 까는 등 만반의 준비도 했다. 전기난로와 온수기가 설치된 천막도 있었다. 시민단체 '평화주권행동 평화너머' 소속 이희온(36)씨는 "철야 농성을 하려고 텐트와 침낭도 직접 가지고 왔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부터 1박 2일 집회에 돌입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서십자각 농성장 맨 끝 비상행동 공동의장단 천막 안에서 이미 나흘째 단식 철야 농성 중이다. 이날 '전국단위사업장 대표자 비상 결의대회' 무대에 선 양 위원장은 "파면 투쟁에 나서자"며 "(선고까지) 길면 열흘인데 이 열흘을 우리가 어떻게 바치고 싸우는가에 따라 우리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고 호소했다. 조합원이 아닌 시민들도 참여하는 등 오후 5시 기준 경찰 비공식 추산 500여 명이 모였다. 문병희(57)씨는 "철야 농성까지 하려고 두꺼운 외투랑 돗자리를 챙겨왔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저녁 7시부터 비상행동 집회 행진 대열에 합류한 뒤 이후 밤 10시부터 야간 집회 후 거리에서 밤을 지새울 계획이다. 밤샘과 단식으로 의지를 드러내는 건 윤 대통령 지지자 쪽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종로구 헌재 앞, 용산구 한남동 관저 앞에 진을 쳤다. 전날 밤부터 지지자 약 100명이 헌재 정문에서 250m쯤 떨어진 노인복지센터 앞 도로에 은박매트를 깔고 담요를 두른 채 밤을 보냈고, 헌재 정문 앞쪽에선 약 50명이 1인 시위 형태로 철야 농성했다. 이날 오후에도 20여 명이 헌재 앞에서 매트 위에 자리를 잡고 꿈쩍 않았고 그 주위에 지지자 약 300명이 모여 "탄핵 무효"를 외쳤다. 단식투쟁 사흘째라는 이모(40)씨는 "헌법재판관들이 양심에 따라 탄핵을 각하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관저 앞에서도 지지자 수십 명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안국역 부근에선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원로목사가 이끄는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대국본)의 밤샘 집회가 전날부터 이어지고 있다. 이날 오후 4시쯤 경찰 비공식 추산 약 500명의 인파가 모였다. 전 목사는 연단에 올라 "대통령께서 구치소에서 나온 건 우리가 절반 승리한 것"이라면서, 재판관들을 향해 "우리 광화문 세력이 그렇게 만만하게 보이냐"고 소리쳤다. 단식 철야 농성은 선고일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양측의 집회 공간이 나누어져 있어 현재까지 별다른 물리적 충돌은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