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도 출신 국민MC... '송해공원'이 달성에 있는 이유

입력
2020.10.30 10:00

기차 타고 렌터카 타고, 대구 달성군 여행

외지인에게 대구의 이미지는 ‘대프리카’로 대변되는 한여름 무더위다. 여기에 갓바위, 수성못, 동성로 등을 제외하면 여행지로도 딱히 떠오르는 곳이 없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여행지가 각광받고 있다. 대구에서 그런 곳을 찾는다면 달성군이다. 행정구역은 광역시지만 대도시 같지 않은 곳이다. 마비정벽화마을, 송해공원, 비슬산 등은 대구에서 비교적 한적하게 가을 정취를 즐길 수 있는 명소다.


봄에는 참꽃, 가을에는 단풍...달성 명산 비슬산

서울역과 수서역에서 고속열차로 동대구역까지는 1시간 30~50분이 걸린다. 동대구역에서 렌터카를 이용하면 1시간이면 비슬산에 닿는다. 운동 삼아 등산을 해도 좋지만(편도 2시간 소요), 전기차를 타면 30분 만에 정상 부근 대견사까지 올라간다. 비슬산 자연휴양림 주차장에서 대견사 입구까지 전기차(5,000원)와 셔틀버스(4,000원)가 운행한다.

대견사는 9세기경 신라 헌덕왕 때 창건하고, 삼국유사를 저술한 일연이 22세(1227년)에 승과에 장원급제한 후 초임 주지로 머물렀던 절이다. 요즘은 전망 좋은 사찰로 더 알려져 있다. 삼층석탑 아래로 단풍이 울긋불긋한 산자락과 대구 시내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비슬산은 바위 모양이 신선이 거문고를 타는 모습과 닮아서 붙여진 지명이다. 가을이면 드넓은 평원부터 정상인 천왕봉(1,084m)까지 오색찬란한 단풍이 카펫처럼 뒤덮인다.



"전국~ 노래자랑!", 송해공원이 왜 달성에?

“전국~ 노래자랑!” 방송인 송해가 진행하는 대국민 참여형 오디션 전국노래자랑은 1980년 11월 첫 방송한 이래 현재까지 41년 간 전국민의 사랑을 받는 국내 최장수 프로그램이다. 국민MC 송해의 이름을 딴 공원이 왜 달성에 있을까? 황해도 재령 출신의 실향민인 송해는 군 시절 대구 달성공원에서 통신병으로 근무했다. 이때 달성군 옥포읍 기세리에서 출생한 석옥이씨와 만났고, 결혼 후 수시로 옥연지를 찾아 실향의 아픔을 달랬다. 처가인 가세리를 제2의 고향으로 여겨 1983년에는 옥연지가 보이는 산기슭에 본인의 묫자리를 마련했다. 이런 인연으로 달성군 명예군민이자 홍보대사가 됐고, 달성군은 그의 동의를 얻어 옥연지 인근에 송해공원을 조성했다.

송해공원엔 그의 명성만큼 볼거리도 풍부하다. 송해포토존을 비롯해서 야생화밭, 옥연지를 한 바퀴 도는 3.5km 둘레길이 조성돼 있다. 한 번 건너면 100세까지 살고, 두 번 건너면 100세까지 무병장수한다는 이야기를 담은 백세교를 걸어도 좋다. 백세정에 오르면 옥연지와 분수 조망이 압권이다.




고향 감성 물씬 머금은 마비정 벽화마을

화원읍 마비정 벽화마을은 여행객에게 옛 추억을 선사한다. 토담마다 그려진 이재도씨의 벽화는 1960~70년대 농촌마을의 모습을 표현했다. 외양간에선 황소가 걸어 나올 듯 생동감 넘치고, 골목을 돌 때마다 어린시절 고향을 떠올리게 하는 정겨운 풍경이 새록새록 나타난다. 농촌체험전시장의 체험도 재미있다. 설탕과 소다를 섞은 뒤 틀로 모양을 만드는 ‘달고나’ 만들기가 특히 인기다. 1개 2,000원, 2개 3,000원.



국내 최초로 피아노가 상륙한 사문진나루터

사문진은 과거 경상도 관아와 대구지역 일원에서 수운을 담당했던 낙동강의 대표적인 나루터였다. 시대가 지나 역사 속으로 사라질 뻔한 위기를 맞았지만 전통주막과 주막카페를 개설하고, 생태탐방로를 조성해 관광지로 새로운 활력을 찾고 있다. 막걸리, 잔치국수, 국밥, 부추전, 두부 등 다양한 전통 먹거리를 즐길 수 있다.

사문진은 1900년 3월 26일 미국인 선교사 사이드 보탐(한국명 사보담)이 피아노를 국내에 최초로 들여온 곳이기도 하다. 이를 기념하는 피아노 조형물이 세워져 있고, 낙동강 물산운송로(사문진나루터~달성습지~강정보 디아크~신당마을~사문진 나루터)를 따라 유람선도 운행한다. 승선료는 주중 8,000원, 주말 1만원(어른 기준)이다.



달성 여행에서 꼭 맛봐야 할 음식

달성에서 꼭 맛봐야 할 음식을 꼽으라면 뜨끈한 현풍곰탕이다. 나주곰탕, 해주곰탕과 더불어 국내 3대 곰탕으로 꼽힌다. 잡뼈와 사골을 고아 만든 설렁탕과 달리 우족, 꼬리, 양을 푹 고아 진한 국물을 우려낸다. 여기에 푸짐하게 고기를 더하면 맛과 영양이 풍성해진다.

간식으로는 가창찐빵이 있다. 전국의 수많은 찐빵 중에서도 가창찐빵을 알아주는 이유는 크고 팥소가 많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 맛과 모양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단골손님도 많다. 가창 '모락모락 찐빵길’에 현재 10여개 찐빵집이 성업 중이다. 코끝을 자극하는 달콤한 냄새와 모락모락 김이 나는 모습에 절로 지갑이 열린다.

박준규 대중교통여행 전문가 http://traintri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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