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은 내년이면 1947년 세상에 나온 전자레인지보다 나이가 많은 역대 최고령 대통령을 갖게 된다. 내년 1월 취임을 기준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75세(1946년생),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는 79세(1942년생)가 된다. 누가 당선되든 트럼프 대통령이 갖고 있던 최고령 기록을 다시 갈아치우는 셈이다.
역대 미 대통령 평균 취임 연령(55세)보다 한참 많은 나이 탓에 후보의 신체적 건재함은 올해 대선의 주요 변수 중 하나였다. 나이가 많으면 상대적으로 체력이 떨어질 것이고, 그러면 업무를 소화할 때 문제가 되지 않겠느냐는 의심이다. 미 온라인매체 복스가 답을 내놨다. 매체는 22일(현지시간) ‘대통령은 몇 살이어야 하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역대 대통령 나이와 업적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결론은 의학기술 발달로 나이는 대통령 업무 수행에 중대한 걸림돌은 안된다는 것이다.
40대 젊은 대통령들은 관행 타파를 위해 미래지향적 정책을 추진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역사상 최연소 대통령(42세)이었던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대통령은 93만㎢에 이르는 광대한 지역을 국가기념물로 지정해 자연환경 보전에 앞장섰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43세)도 미래에 대한 전략적 투자로 첫 유인 달 탐사를 추진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46세) 또한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파리기후협약을 비준했다.
하지만 복스는 “회색머리 대통령”을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의료 시스템이 비약적으로 발전해 고령의 정의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아직 미 정치를 주무르는 주류 세대는 50대 이상이다. 여론조사업체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올해 미 등록 유권자의 절반 이상(52%)이 50세가 넘으며 국회의원 평균 연령 역시 58세다. 각각 미 정치ㆍ경제를 대표하는 워싱턴, 뉴욕의 남성 기대수명도 1990년과 비교했을 때 13.7년이나 늘었다. 매체는 “미국 대통령은 최고경영자(CEO)이자 외교관, 군 최고 사령관으로서 육체적 소모가 커 연령을 중시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많은 나이가 느린 두뇌회전과 관련이 있을 수 있어도 부정확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고령은 여전히 차별의 대상이고, 심지어 장애로 인식되기까지 한다. 사실 대통령 나이가 많아 문제가 된 적도 적지 않다. 우드로 윌슨과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은 60대에 재임 중 쓰러져 고통을 겪었고,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재임 중 알츠하이머 치매 증상을 보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후보의 잦은 말실수를 나이 탓으로 돌리며 공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슬리피(sleepyㆍ졸린) 조’라는 트럼프의 비아냥거림에는 늙고 나약한 후보라는 이미지가 담겨 있다.
정책 전문가들은 유권자들이 나이에 지나치게 신경 쓸 필요는 없다고 조언한다.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가족력, 건강검진 결과 등 공개된 후보의 의료 정보를 토대로 바이든의 기대수명을 96.8세, 트럼프는 88.6세로 예측했다. 공격 대상인 바이든이 더 오래 살 것이란 말인데, 두 사람 다 미국 백인 남성 평균 기대수명(75.3세)은 훌쩍 뛰어 넘는다. 잭 골드스톤 미 조지메이슨대 공공정책과 교수는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에 “한 세대 전만 해도 70세는 퇴직이 당연한 고령이었지만 이제는 유효하지 않다”며 “특히 대졸 이상 백인은 더 오래, 건강을 유지하며 활동적으로 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