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상회담도 돈벌이로 이용했다"

입력
2020.10.28 22:30
"트럼프사업장, 회담·행사 때마다 정부에 청구"
아베와 회담 때는 골프장 물 값 3달러도 올려
대선기부금 최소 560만달러는 트럼프 회사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임기 동안 외국 정상들과의 회담을 돈벌이에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신이 운영하는 호텔·리조트·골프장을 국가행사 장소로 제공한 뒤 숙박비와 식비는 물론 심지어 물값까지 정부에 청구한 것이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2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지금까지 자신의 사업장에서 숱하게 국가 및 공화당 행사를 열면서 수백만명을 끌여들인 뒤 정부에 최소 250만달러(약 28억2,600만원)의 비용을 청구해왔다"고 폭로했다. 또 "올해 대선을 위해 모은 기부금 중 최소 560만달러(약 63억3,000만원)가 이들 회사로 들어갔다"고 전했다. 신문은 정부와 트럼프 선거캠프의 지출에 대한 수백 페이지의 공식 문서 및 법적 소송을 통해 공개된 문서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주(州)에 있는 본인 소유 별장 마러라고를 주로 이용했다. 인근 팜비치에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장도 있어 귀빈 접대에 안성맞춤인 장소다. 2018년 4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일본 총리와 '골프 회담'을 했을 때 골프장 측은 정부에 객실료 1만3,700달러, 식사비 1만6,500달러, 꽃장식 비용 6,000달러 등과 함께 양국 정상이 독대하면서 마셨던 물 값 3달러까지도 청구했다. 마러라고 측은 2017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공식 만찬 당시 음식값으로만 7,700달러를 요구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 달부터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세금을 자신의 사업에 손쉽게 가져다줬다"고 꼬집었다.

WP가 트럼프 캠프의 모금위원회 기록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대다수 모금행사를 본인 소유의 리조트와 호텔에서 진행한 뒤 행사비용 등으로 지출하는 방식을 통해 총 560만달러의 수입을 올리게 했다. 모금행사를 위한 연회 공간 임대에 지출한 비용만 320만달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캠프에 기부한 돈은 지난 14일 8,020달러가 유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4년 전 대선 때도 선거대책본부를 뉴욕 맨해튼의 트럼프타워에 차려놓고 매달 임대료로 4만달러를 챙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경영을 아들들에게 맡겼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지난 4년간 이 같은 주장과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는 게 WP의 분석이다. 이날 보도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 측은 어떤 답변도 하지 않았다고 신문은 전했다.

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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