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유업계 가운데 가장 먼저 3분기 성적표를 공개한 에쓰오일이 당초 예상과 달리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SK이노베이션의 정유 자회사인 SK에너지를 비롯해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 등도 기대보단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정유사의 주 수입원인 휘발유와 등유, 경유 등 수송용 석유제품 수요가 회복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쓰오일은 28일 연결 기준 3분기 매출 3조8,992원과 영업손실 93억원을 각각 기록했다고 공시(잠정 집계)했다. 당기순이익은 303억원을 기록해 3분기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문제는 영업이익이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2,307억원에서 적자 전환됐고, 올 들어 3분기 연속 마이너스 행진이다.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항공유를 포함한 수송용 석유제품 수요가 살아나지 못하면서 뒷걸음질친 정제마진이 실적 부진의 주요인이다.
에쓰오일은 나름 선방한 실적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회사 측은 "일부 정제설비의 정기보수에 따른 원유처리 물량 축소로 인해 판매량이 감소했지만, 제품 판매가 상승으로 전 분기 대비 매출이 13% 증가했다"며 "영업이익 측면에서도 공장의 정기보수 확대 및 마이너스 정제마진이 지속됐음에도 수요가 점진적으로 회복되고 재고 이익 및 회사의 적극적인 이익개선활동을 바탕으로 손실 규모를 전 분기 대비 1,550억원 줄였다"고 전했다.
회사 측 설명대로 2분기 1,643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에 비하면 적자폭은 크게 줄었지만, 올해 누적 적자가 1조2,000억원에 육박한다. 또 이날 발표한 실적은 시장 전망치에도 크게 못 미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선 에쓰오일이 3분기에 1,41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흑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전망치를 밑도는 실적은 에쓰오일 뿐만 아니라 정유업계 전반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윤재성 하나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재고관련 이익이 발생할 순 있지만, 정제마진이 부진해 정유업의 적자는 지속될 전망"이라며 SK이노베이션에 대해서도 시장 전망치보다 130% 낮은 실적을 거둘 것으로 추정했다.
한편 정유사인 SK에너지와 현대오일뱅크의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과 현대중공업지주는 이달 30일에, GS칼텍스 모회사인 GS는 다음달 10일께 각각 실적 발표를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