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최종 선거에서 한국의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의 경쟁자를 지지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미국이 유 본부장을 지지한다는 명확한 신호가 포착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27일(현지시간) 미 국무부가 자국 재외공관에 외교전문을 보내 주재국 정부의 유 본부장 지지 여부를 파악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전했다. 매체는 "이 지시는 미국이 유 본부장을 지지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매우 명확한 신호"라며 "다만 미국의 지지가 이번 사무총장 선거 결과를 보장하기에 충분한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보도에 따르면 이 외교전문에는 주재국 정부가 어느 후보를 지지하는지와 함께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면 유 본부장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넌지시 부드럽게 권유하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미국의 한 통상 분야 관리는 폴리티코에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이 문제를 조율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WTO는 지난 19일부터 164개 회원국을 상대로 진행해 온 차기 사무총장 선호도 조사를 이날 마무리했고 28일 대표단이 모인다. 현재 EU 회원국들이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를 지지하기로 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면서 유 본부장이 열세에 놓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한 후보의 압도적 우세가 아니라면 막판 뒤집기는 여전히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최종 선호도 조사에서 압도적 차이가 발생하면 지지도가 낮은 후보의 사퇴를 권고하게 되지만 표차가 크지 않으면 표의 분포도 등을 고려해 164개국 전원 합의를 이루는 '컨센서스'를 위한 설득 작업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WTO에서 영향력이 큰 인도·중국·브라질 등은 아직 지지 후보를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