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년 전부터 지구에 산 지의류 신종 발굴…백두대간수목원 발표

입력
2020.10.28 10:34
봉화 문수산 신갈나무에서 3개체 채집
생식기관 속에 기름방울 산재한 특징 지녀 
학명에 '백두대간' 넣어 국제학술지 보고


경북 봉화의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고생대부터 지구에서 살아온 신비로운 생물인 신종 지의류 1종을 발굴했다고 28일 밝혔다.

수목원에 따르면 지난해 백두대간수목원이 있는 해발 1,100미터 문수산 신갈나무에서 지의류 3개체를 채집, 연구분석을 거쳐 신종 지의류로 확인하고 발표했다. 신갈나무는 백두대간의 대표적 수종이어서 신종 지의류가 집락을 이루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지의류는 지류형성 곰팡이와 광합성 작용을 하는 원시식물인 조류(藻類)가 한 몸이 돼 살아가는 공생체로 약 4억년전 공생대 데본기부터 지구상에 살아온 생물이다. 전 세계적으로 약 2만종, 우리나라에는 약 1,100종 보고되고 있다.

이번에 발굴한 신종은 분류학적으로 접시지의류(레카노라속 지의류) 그룹에 해당하지만 형태적으로 지의체가 훨씬 어두우며 생식기관(자낭반) 속에 기름방울(oil droplets)이 산재하는 특징을 가진다.

새로 확인된 지의류에는 아트라노린(atranorin), 제오린(zeorin) 등을 함유하고 있어 항암, 항산화, 항균 등 약리적 활용가치도 뛰어나다.

접시지의류는 접시모양의 생식기관을 가진 대표적 지의류로 한반도에 50여종이 분포하고 다양한 수목과 바위에 착생해 자란다.

이병권 국립백두대간수목원 박사는 국제학술지에 지의류 신종을 보고했다. 백두대간의 신갈나무에서 확인된 접시지의류인 점을 감안해 학명을 레카노라 백두대간넨시스(Lecanora baekdudaeganensis Lee & Hur)로 명명했다.

수목원은 남북한에 자생하는 접시지의류 52종에 대한 분류키도 마련했다. 접시지의류는 소형지의류를 대표하는 종류로 지의류 중 가장 큰 속의 하나이다. 국내에 정식 분류키가 없었던 상황에서 이번 연구는 분류학적 의의도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양종철 백두대간수목원 산림생물자원보전실장은 "이번 발굴을 통해 백두대간 생물자원 조사 및 보전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고, 국내 특산생물자원 보호와 서식처 보전에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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