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굴을 피한 경남 창녕 고대 가야 고분에서 금동관 등 지배자 장신구가 무더기로 나왔다. 무덤 주인 발치 아래에서는, 산 채로 순장된 사람 2명의 흔적도 발견됐다.
문화재청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는 ‘창녕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사적 제514호) 교동 Ⅱ군 63호분 발굴 조사 결과를 28일 공개했다. 연구소 측은 “창녕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은 비화가야(고대 여섯 가야 중 하나) 최고 지배층의 묘역인데, 63호분은 39호분의 봉토에 가려져 도굴되지 않은 고분”이라며 “2019년 11월 63호분 매장주체부(시신을 안치하는 곳)를 연 뒤 본격 발굴 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무덤 주인 몸에 두른 꾸밈유물(着裝品ㆍ착장품)들이다. 피장자에 부착됐을 당시 상태 그대로 발견됐는데, 피장자 몸을 장식한 꾸밈유물 일체가 온전히 확인된 건 비화가야의 최고 지배층 고분 중 첫 사례라는 게 연구소 측 설명이다. 연구소에 따르면 머리 부분에는 금동으로 만든 관(冠)이, 양쪽 귀 부분에는 금으로 만든 굵은고리귀걸이(太環耳飾ㆍ태환이식) 1쌍이, 목ㆍ가슴에는 남색 유리 구슬을 3, 4줄로 엮어 만든 구슬 목걸이가, 허리에는 은으로 만든 허리띠가, 손 부분에는 은반지들이 있었다.
더불어 피장자의 발치 아래에서는 바닥을 40㎝가량 낮춘 길이 220㎝, 너비 130㎝ 규모의 순장 공간이 확인됐다. 이곳에는 2명이 안치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순장자의 치아 일부와 다리뼈 일부, 금동제의 가는고리(細環ㆍ세환) 1점, 항아리 2점, 철부(鐵釜ㆍ쇠도끼) 2점, 철겸(鐵鎌ㆍ쇠낫) 1점이 출토됐다. 피장자의 머리 위쪽은 토기들과 철제 유물들이 매납된 부장 공간(길이 190㎝, 너비 130㎝)이다.
유물들이 출토된 63호분의 석곽은 길이 640㎝, 너비 130㎝, 깊이 190㎝ 규모로, 피장자의 머리 방향은 남향이다. 피장자 주변에서 목질흔(木質痕)과 꺽쇠들이 보이는 것으로 미뤄 상자형 목관(箱形木棺)이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소 관계자는 “비화가야 지역의 경우 일제강점기 이후 진행된 약탈과 도굴 탓에 당시 지배 계층의 상징물이던 금동관 일부 편과 장신구만 확인됐고 그 전모를 알 수 없었다”며 “이번 조사로 비화가야 무덤의 축조 기법과 장송 의례를 이해하고 가야ㆍ신라 접경 지역에 위치해 복잡하고 다양한 문화가 나타나는 비화가야의 성격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중요한 단서가 제공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는 내달 5일 국립문화재연구소 유튜브를 통해 발굴 당시 녹화한 동영상을 공개하고, 발굴 조사에 참여한 발굴 단원들이 질문에 실시간 댓글로 답변하는 온라인 발굴 조사 설명회를 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