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쇼핑 2배 늘 동안 택배기사는… 이유 있는 '과로사'

입력
2020.10.28 10:30
2017~2020년 온라인쇼핑 110% 급증
택배물량 40% 급증 사이, 택배종사자는 20% 증가 그쳐

편집자주

통계로 통하는 경제. 그래픽 속 경제통계의 숨은 의미를 찾아봅니다.


#. 택배업계 1위인 CJ대한통운은 최근 택배기사들의 과로사가 잇따르자 분류작업에 4,000명을 투입한다고 밝혔습니다. 한진과 롯데글로비스도 각 1,000명씩 지원 인력을 늘리고, 분류기기 추가 도입 등의 대책을 내놨죠. 택배기사들에겐 무슨 사연이 있었던 걸까요.

통계를 살펴보면 그 배경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소매업 유통구조가 급변하면서 최근 3년 사이 온라인쇼핑이 2배 이상 늘고 택배 물동량도 덩달아 급증했지만, 정작 택배기사 수는 크게 늘지 않았습니다. 올해 잇따르는 택배기사 과로사에는 '인력 부족'이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던 셈입니다.


28일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택배 물동량(27억8,980만 상자)은 2018년보다 9.7% 증가했습니다. 관련 자료가 있는 2012년(14억598만 상자)과 비교하면 증가율이 무려 98.4%에 달합니다. 불과 7년 사이 택배 시장이 2배나 커졌다는 뜻입니다.


국민들의 택배 이용횟수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국민 1인당 택배이용 횟수는 지난해 53.8건으로, 1주일에 한 번 꼴로 집계됐습니다. 2000년 2.4회, 2010년 25.0회와 비교하면 압도적인 수치입니다. 경제활동인구만 따로 떼서 봤을 때는 그 횟수가 99.3회로 더 늘어납니다.

특히 택배 물동량은 올해 더 가파르게 증가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쇼핑이 급성장했기 때문이죠.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8월 온라인쇼핑액은 14조3,833억원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배송을 필요로 하지 않는 △여행·교통서비스(항공권, 기차표 등) △문화·레저서비스(영화, 공연 예매 등) △기타서비스(렌탈 서비스 등) △e쿠폰 서비스를 제외한 온라인쇼핑액은 12조8,874억원이었습니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했을 때 42.6%나 불어난 규모입니다.

온라인쇼핑액은 사실 코로나19 이전부터 급증하는 추세였습니다. 인터넷, 모바일 확산으로 소매유통 구조가 온라인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해서죠. 실제 여행·교통서비스 등을 제외한 온라인쇼핑액은 8월 기준 2018년 18.6%, 2019년 24.6% 늘어나며 증가폭을 키워왔습니다.

온라인쇼핑동향 통계가 개편된 2017년과 올해를 비교하면 3년 사이 증가율은 무려 110.8%에 달할 정도입니다.

하지만 그에 비해 택배기사 수는 이 같은 온라인쇼핑 증가세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통계청 '운수업 조사'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택배업 종사자 수는 4만1,000명으로 1년 사이 7.7% 늘었습니다. 2015년과 비교하면 증가율은 20.8% 수준이지만, 2015~2018년 택배물량 증가율(40.0%)의 절반에 불과합니다.


최근 통계를 보기 위해 택배기사가 포함된 보다 넓은 지표를 참고해도 증가폭은 크지 않습니다. 택배업과 퀵서비스 종사자를 포함하는 '소화물전문운송업' 취업자는 올해 4월 기준 19만3,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4.5% 늘어나는 데 그쳤습니다.

음식, 신문, 음료 배달 등을 모두 총괄한 배달원 규모 역시 올해 37만1,000명으로 1년 사이 7.9% 증가했습니다.

택배기사 과로사가 잇따르자 최근 정부는 '필수노동자 태스크포스(TF)'까지 출범시켰습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택배기사 등 필수노동자와 관련해 "최근 업무량 급증으로 과로사가 발생하고, 각종 안전사고가 빈발하는 등 한계상황까지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부디 택배기사들의 과로 부담에 실질적인 개선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세종= 손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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