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을 딛고 부활한 '잭 리처'

입력
2020.10.29 04:30
26면
10.29 리 차일드


리 차일드(Lee Child, 1954.10.29~)의 '잭 리처' 시리즈 신작 'The Sentinel'이 이틀 전(10월 27일) 영미 시장에 나왔다. 엄밀히 말하면 그의 동생 앤드루(Andrew)의 작품이다. 올 초 리 차일드는 24번째 책 'Blue Moon'으로 절필하고, 이후부턴 스릴러 작가인 동생이 시리즈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잭 리처 시리즈는 1997년 첫 책(Killing Floor)이 나온 이래 101개국에서 1억 부 이상 판매됐고, 지금도 13초마다 한 권꼴로 팔린다는 베스트셀러다.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들이 개봉됐고, 아마존TV가 드라마 시리즈 판권을 샀다.

주인공 잭 리처는 위키피디아에 별도 항목으로 소개돼 있을 만큼 유명한 캐릭터다. 미국 육사 출신 헌병 장교로 예편한 그는 추리력과 기억력 격투기 사격 등 모든 면에서 압도적인 능력을 지닌, 마블의 슈퍼히어로에 루저의 감성까지 갖춘 캐릭터로, 미국 전역을 외톨이로 떠돌며 악을 응징한다. 여성 조연들의 활약과 로맨스를 묘사하는 방식 덕에 페미니스트 독자들의 호감도 샀다. 그의 여성들은 결코 범죄의 무력한 희생자가 아니었고, 자립적이고 유능했다. 아직 한국어로 번역되지 않은 그의 마지막 작품 'Blue Moon'은 'MeToo'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고 한다. 저명한 영미권 순문학 작가들은 칼럼 등을 통해 그의 시리즈에 찬사를 보내곤 했고, 2020년 부커상 위원회는 리 차일드를 심사위원으로 초대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잭 리처를 독자들만큼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21권을 끝으로 그만 쓸까 하다가 출판사와 독자 성화 때문에 세 권을 더 썼지만 이제는 정말 한계에 봉착했다고, 잭 리처를 '지저분한 한 모텔 욕실 바닥에서 피를 흘리며 숨지게 할 생각'이었고, 'Die Lonely'란 제목도 정해뒀었노라고도 말했다.

이제 팬들은 운명을 딛고 부활한 잭 리처가 어떻게 전과 같고 다를지, 원작자의 빈자리가 얼마나 클지 두근거리고 있다.

최윤필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