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가 이슬람 분리주의에 대해 강경 대응을 천명하면서 이슬람권 국가들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가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에게 서한을 보냈다. 이슬람 혐오 콘텐츠 금지를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엠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칸 총리는 26일(현지시간) 저커버그 CEO에게 "이슬람에 대한 공포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건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에서 극단주의와 폭력을 조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이슬람교도에 대해 만연한 학대와 비방 등 혐오적 콘텐츠를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 관련 기준과 정책을 적용해 막아달라"면서 "미움의 메시지는 전체적으로 금지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페이스북은 이미 플랫폼에서 혐오 발언을 금지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폭력적 또는 비인간적 발언'이나 '해로운 고정관념'을 통해 인종과 민족성, 민족적 기원, 종교 등과 연관지어 공격하는 것을 혐오 발언으로 정의하고 있다. 특히 페이스북은 홀로코스트를 부정·왜곡하는 내용을 금지하고 있는데 칸 총리는 이를 이슬람 혐오 콘텐츠에도 적용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이번 요구는 마크롱 대통령이 최근 프랑스 교사 참수 테러와 관련해 이슬람 분리주의에 강경 대응을 선언한 것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마크롱 대통령은 사건 직후 이슬람 분리주의와의 전쟁을 공언하며 "무함마드 풍자 만평은 표현의 자유"라고 옹호했다. 그러자 이슬람권 국가들은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에 항의하며 프랑스 제품 불매운동까지 벌이고 있고, 파키스탄도 이에 동참하고 있다.
파키스탄이 페이스북에 콘텐츠 조사를 요청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BBC는 전했다. 파키스탄은 과거에도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나 경전인 코란에 대한 모욕이나 비난이 담겼다는 이유로 관련 콘텐츠에 대한 조사를 페이스북에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