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 어묵에 또 고춧가루? 맵고 화끈한 대구의 ‘빨간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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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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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기기 전략이 통했다. ‘대구는 맛있다!’ 2015년 대구시에서 여행주간을 겨냥해 내건 슬로건이다. 솔직히 그전까지 대구는 ‘맛없는’ 도시였다. 짜고 매운맛으로 대표되는 대구 음식을 맛있다고 권하려면 꽤 용기가 필요했다. 그럼에도 누른 국수와 따로 국밥, 어묵과 납작만두 등 값싸고 푸짐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 이제 대구로 맛 여행을 오는 이들도 제법 늘었다. 맵고 화끈한 대구의 ‘빨간 맛’을 소개한다. 평가는 각자의 몫이다.




내륙에서 신선한 생선은 쉽게 접하기 힘든 귀한 식재료였다. 염장을 하거나 빨리 조리하지 않으면 상하기 쉽다. 냉장 시설이 변변치 않았던 1960년대에 그렇게 탄생한 게 ‘무침회’다. (회무침이 아니다.) 처음엔 오징어를 살짝 데쳐 야채와 함께 갖은 양념에 버무려 먹는 것으로 시작했는데, 요즘은 고춧가루를 듬뿍 넣은 빨간 양념이 더해지고 생선 종류도 가오리, 물가자미 등으로 확대됐다. 대구에만 있는 납작만두에 싸서 먹으면 매운맛과 새콤한 맛이 한결 중화된다. 밥 반찬으로 손색없고, 술 안주로도 많이 먹는다. 내당동 ‘반고개 무침회 골목’에 10여개 식당이 성업 중이다. 가격은 한 접시 1만5,000~2만3,000원.


찜갈비(갈비찜이 아니다) 역시 1960년대 중반에 시작된 대구의 대표 음식이다. 원조는 국숫집 할머니였다. 맨날 국수만 먹던 공사장 인부들이 단골로 이용하던 식당에 고기를 사와서 조리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 찜갈비의 시초라고 알려져 있다. 이후 인근 시청 직원들의 입맛까지 사로잡아 입소문을 타게 됐다. 초창기에는 채소도 넣었지만, 지금은 고춧가루와 마늘 양념을 듬뿍 버무려 양은그릇에 담아 조려 낸다. 때문에 모양은 투박하지만 칼칼하고 얼큰한 맛이 은근 중독성 있다. 중구 동인동에 찜갈비 골목이 있다. 한우는 1인 2만8,000원, 수입산 쇠고기는 1만8,000원 수준이다.

대구의 명동이라 할 동성로 골목의 ‘교동할매양념오뎅’도 대구의 빨간 맛에서 빠지지 않는다. 식당 앞 대형 조리판에서 끓고 있는 고춧가루 듬뿍 묻은 어묵과 떡볶이가 군침을 돋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보기만 해도 충분히 매운 어묵을 다시 빨간 양념에 푹 찍어 먹는다. 묘하게도 그냥 먹을 때보다 감칠맛이 더해진다. 양념은 간장에 고춧가루만 푼 것 같은데 공개하지 않는 이 집만의 비법이 있단다. 매운맛을 줄이려면 납작만두를 곁들이면 된다. 모든 분식 메뉴가 3,000원으로 저렴하다.

경상감영공원 주변 향촌동과 북성로는 요즘 레트로 감성을 입힌 카페와 이색 문화 공간으로 뜨는 곳이다. 이곳의 오래된 골목에는 여전히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하는 가게가 많다. ‘너구리와 옛날국숫집’은 잔치국수 1그릇이 2,000원이다. 여기에 돼지고기 연탄석쇠구이를 곁들이면 푸짐한 한끼가 완성된다. 석쇠구이는 1인분 5,000원인데 반인분(3,000원)도 판매한다.





‘풀짜장’은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다. 채소(풀)만 잔뜩 들어가서, 혹은 면이 풀어져서 풀짜장이다. 고기 대신 무와 당근이 들어가고, 고명으로 고춧가루와 다진 파를 올린다. 면은 납작한 가락국수다. 쫄깃쫄깃한 식감을 좋아하는 이에겐 흐물흐물한 면이 거북스러울 수 있는데, 고소한 참기름 향이 느끼함을 잡아 준다. 한때는 10여개 식당이 풀짜장을 팔았지만 현재는 해주식당만 남았다. 한 그릇 4,000원.

대구=글ㆍ사진 최흥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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