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사 연이은 과로사 대책, 이행 의지가 중요하다

입력
2020.10.2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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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기사들의 과로사가 이어지자 택배회사들이 과로사 방지 대책을 내놓고 있다. 심야배송 중단, 장시간 노동을 야기하는 것으로 지목되고 있는 분류 작업 인원 추가 투입 등 제대로 이행만 된다면 택배기사들의 업무 강도가 크게 경감될 것으로 보인다. 죽음의 행렬을 멈추기 위한 택배사들의 이행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한진은 다음달부터 심야 배송(오후 10시 이후)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26일 밝혔다. 특정요일에 몰리는 배송 물량을 다른 요일로 분산하고 명절 등 택배 물량이 급증하는 시기에는 인력과 차량을 증원하고 분류 작업을 위한 인력 1,000명도 투입하기로 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도 이날 1,000명 규모의 택배 분류 인력을 투입하고 소속 택배기사 전원의 산재보험 가입 관련 조항을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중견업체들의 이런 움직임은 지난주 업계 1위인 CJ대한통운이 분류 작업 인원 4,000명을 투입하겠다는 대책에 뒤이은 것이다.

관건은 택배회사들의 진정성이다. 정부와 업계는 지난 추석 연휴를 앞두고 분류 작업에 필요한 인력을 2,067명 투입했다고 밝혔지만 택배노조 측은 실제로는 일부 지역에만 투입되고 약속한 인원이 보충되지 않았다며 일손 부족을 호소한 바 있다. 꼭 필요한 지역에 적정한 인력을 투입할 수 있는 세심한 대책 이행이 필요하다. 산재보험 대책이 '권고' 수준이라는 비판(CJ대한통운), 추가 인력 투입의 비용 분담 주체가 모호(롯데글로벌로지스)하다는 노동계의 비판에 업계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은 택배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놔야 한다. 정부는 법적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는 택배산업의 제도화와 택배노동자들의 산업 안전 보호 대책을 조만간 발표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분류 업무의 책임 소재를 규정하는 표준계약서 도입, 산재보험 의무 가입 추진 등 실효성 있는 대안이 반드시 포함돼야 할 것이다. 정치권은 최저수수료 도입 등 택배단가 하락에 따른 장시간 노동 문제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사회적 대화의 장을 마련할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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