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5명이 숨진 경기 용인시 양지SLC물류센터 화재를 수사한 경찰이 물류센터 관리업체 관계자 7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이 중 관리 책임자 등 3명은 구속됐다.
26일 경기남부경찰청과 용인동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화재를 막지 못한 물류센터 직원 A씨 등 3명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구속하고, B씨 등 4명은 같은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상태로 송치했다.
A씨는 당일 오전 7시쯤 B씨로부터 물탱크 청소를 보고 받고도 “물을 빼고 물탱크를 비우라”고 지시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사고 당일인 지난 7월 21일 오전 9시로 예정된 물탱크 청소를 하는 과정에서 물탱크 온열장치에 연결된 전기 히터의 전원을 끄지 않아 같은 날 오전 8시 29분쯤 폭발과 동시에 화재를 일으킨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히터의 전원을 끄지 않은 B씨가 갓 들어온 신입사원으로 물탱크를 비울 경우 후속 절차인 ‘히터 전원 끄기’ 등의 과정을 인지하지 못한 상황이어서 관리 책임자인 A씨의 혐의가 더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B씨가 아닌 A씨가 구속된 이유다.
당시 불이 시작한 물류센터 지하 4층의 냉동 창고는 영하 25도에서 30도 사이를 유지하는 시설로, 온열장치는 냉동 창고의 각종 배관이 얼지 않도록 30도 정도의 따뜻한 물을 주기적으로 배관에 흘려보내는 역할을 한다.
B씨가 물을 빼면서 온열장치를 끄지 않아 빈 물탱크에 열이 계속 가해졌고 결국 강화플라스틱 재질의 물탱크 겉면에 도포된 우레탄폼에 불이 붙어 ‘펑’하고 터지면서 화재가 시작된 것으로 조사됐다.
불이 나면 화재감지기가 화재수신기로 신호를 보내면 화재수신기는 스프링클러와 방화셔터 등 소방 설비로 이어지는 연동시스템이 있었지만 물류센터 관리업체 측은 평소 오작동이 잦다는 이유로 물류센터 사용승인일인 2018년 12월 28일 이후부터 사고 당시까지 작동시키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물류센터 관리업체 등은 화재감지기가 제대로 작동되도록 유지하도록 했다”며 “이와 관련한 실질적인 소방점검이 이뤄질 수 있는 제도개선책을 검토해서 유관기관에 통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화재는 지난 7월 21일 오전 8시 29분께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 제일리 소재 지상 4층·지하 5층 규모 양지SLC 물류센터에서 발생했다.
이 불로 지하 4층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5명이 숨졌으며, 중상 1명, 경상 7명 등 8명의 부상자도 나왔다. 불이 난 SLC 물류센터는 연면적 11만5,000여㎡ 규모로, 2018년 12월 준공됐다. 오뚜기물류서비스 등이 입점해 있으며, 평소 150명가량이 근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