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이재용 불출석한 국정농단 재판, 특검-변호인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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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6 18:15

약 9개월 만에 재개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뇌물 사건 재판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입장을 바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활동을 양형에 반영하는 것에 동의했다. 그러나 특검은 준법감시위의 평가 방식을 놓고 재판부, 변호인단과 기싸움을 벌였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정준영)는 26일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 등의 파기환송심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올해 2월 특검은 "재판부가 집행유예 선고를 염두에 두고 준법감시위의 실효성 여부를 양형에 반영하는 것"이라며 재판부 기피 신청을 냈고, 기피 신청 판단 기간 동안 재판이 장기간 중단됐다. 그러다 지난달 대법원에서 기피 신청이 최종 기각되며 약 9개월 만에 재판이 열렸다.

특검은 이날 입장을 바꿔 준법감시위 활동을 양형에 반영한다는 재판부 계획엔 동의했으나, 전문심리위원 선정 절차와 향후 재판 일정을 놓고는 재판부, 변호인단과 팽팽한 기싸움을 이어갔다. 재판부는 “특검이 낸 의견서를 보면 전문심리위원을 추천할 의사가 있어 보인다”며 "특검이 29일까지 후보를 추천하면 참여를 신속하게 결정하겠다"고 제안했다. 이어 다음달 16일부터 닷새간 전문심리위원 면담 조사를 진행하고, 30일 최종의견을 들어, 12월 중으로 변론을 마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특검 측은 "면담 조사 기간이 너무 짧다”며 “변호인과 특검이 제시한 사항을 모두 점검하려면 시간을 더 가져야 한다”고 항의했다. 또 재판부가 전문심리위원으로 지정한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에 대해서도 특검 측은 “저희 의견을 들은 적이 없다”며 의견 표명의 기회를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변호인 측이 “소송 지연 목적”이라며 특검의 문제 제기에 반발하기도 했다.

특검의 반발에 따라 올해 안에 변론을 종결하려는 재판부 계획은 불투명해졌다. 결국 재판부는 강 전 재판관을 전문심리위원으로 지정한 결정은 유지하되, 특검과 변호인 측에서 각 1명씩 추천 받아 전문심리위원 구성을 마친 뒤 본안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했다. 향후 재판 일정은 다음달 9일 공판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이날 이 부회장은 출석하지 않았다. 공판준비기일은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지만, 재판부가 이례적으로 소환장을 발부해 이 부회장의 출석 여부가 주목됐다. 하지만 전날 부친인 고(故) 이건희 회장이 별세함에 따라, 이 부회장은 불출석사유서를 내고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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