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첫 방송된 KBS 드라마 '도도솔솔라라솔'은 세상물정 모르는 피아니스트 구라라(고아라 분)의 성장기를 다룬다. 설정상 피아노곡들이 쏟아질 수 밖에 없는데, 그래서 제작진은 '클래식 감독'으로 김소형 피아니스트를 영입했다.
김 감독은 '익숙하되 익숙하지 않게'를 포인트로 잡았다. "친숙한 음악을 통해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언제나 클래식이 함께 한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어서"다. 그래서 제법 유명한 곡들을 고르되, 그 곡들은 모두 "등장인물의 상황에 맞게 재해석돼 편곡, 연주"했다.
드라마 제목부터 그렇다. '도도솔솔라라솔'은 '반짝반짝 작은별'이라 금세 흥얼거릴, 모차르트의 '작은별 변주곡'이다. 1778년 파리로 간 모차르트가 프랑스 민요 '아, 어머님께 말씀드리죠'를 듣고 주제선율을 변주시켜 만들었다. 우리 귀에 익숙한 도입부는 단순하지만, 변주가 시작되면 현란해진다.
드라마에선 아버지에 대한 구라라의 사랑을 상징하는 곡이다. 검은 드레스까지 갖춰입고 졸업 연주회에서 웅장한 라흐마니노프 곡을 연주하다 갑자기 멈추더니 즉흥적으로 이 곡을 연주한다. 관객들은 경악하지만, 객석의 아버지만큼은 흐뭇하게 웃는다.
집안이 망하고 아버지가 돌연사하면서 구라라는 빈털터리가 된다. 빨간 압류 딱지가 더덕더덕 붙은 집안에서 구라라가 연주하는 곡은 슈만의 '헌정'이다. 이 곡은 슈만이 연인 클라라와 결혼하기 직전 사랑을 듬뿍 담아 쓴 곡이다. 슈만이 행복의 절정에 있던 이 곡을, 구라라는 슬픔의 정점에서 연주한다.
우여곡절 끝에 홀로서기를 시도하는 구라라. 세상은 쉽지 않다. 급기야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신세를 진다. 같은 병실에 있는 꼬마가 피아노를 친다고 하자 구라라도 반가운 마음에 "언니도 피아노 치던 여자야"라고 대답한다. 양손에 붕대를 감은 채 허공에 대고 연주하는 곡은 쇼팽의 ‘즉흥환상곡’ 4번. 쇼팽 즉흥곡 가운데 가장 인기 많은 작품이다.
피아노 선생님이 되기로 한 구라라는 어렸을 적 레슨 시간을 떠올렸다. 구라라에게 바흐는 "너무나 엄격해서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였단다. 똑딱거리며 한치 오차 없이 움직이는 박자기(메트로놈)에 맞춰 치는 곳은 바흐의 '프렐류드와 푸가 2번'. "왼손과 오른손이 대화하듯 이어지는 단조로운 멜로디"는 바로크 시대 특징이다. 수학 공식 같은 연주는, 자유분방한 구라라에게 어렵다.
구라라는 자신이 피아니스트란 사실을 믿지 못하는 이들에 맞서 피아노 앞에 앉는다. 정작 연주하는 곡은 '고양이 춤'. 피아노 배워 본 이들은 누구나 아는, 연습곡이다. 모두가 '그럼 그렇지' 비웃을 무렵, 돌변한 구라라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4번('월광')의 3악장을 연주한다. 굴하지 않는 구라라를 가장 잘 드러낸 장면이자 음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