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외지인들에게 ‘입도세’ 부과를 추진한다. 환경보전 명목으로 숙박비, 차량 렌트비 등에 별도의 요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인데, 당장 관광업계가 반발하고 있어 실제 부과까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지자체들은 일단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25일 서귀포시 대정읍 송악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청정 제주의 환경을 지키기 위해 환경보전기여금 도입을 본격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환경보전기여금은 오염 원인자 부담 원칙에 근거해 생활폐기물ㆍ하수ㆍ대기오염 등을 유발하는 사람에게 처리비용 일부를 부담시키는 제도다. 최근 제주 관광객 급증으로 폐기물과 하수 발생량이 늘면서 기여금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도는 2018년 한국지방재정학회에 의뢰해 용역을 진행했으며, 숙박 시 1인당 1,500원/1박, 렌터카 1일 5,000원, 전세버스 이용요금 5% 부과 안이 제시된 바 있다. 도 관계자는 “이를 바탕으로 제도 도입을 추진했지만, 도내 관광산업 경쟁력 저하 등의 이유로 제대로 논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날 원 지사의 환경보전기여금 도입 공식화는 지지부진했던 논의에 불을 다시 붙이고, 행정력을 집중해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선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을 개정해야 한다. 그러나 넘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국회와 관련 부처 등을 대상으로 제도 도입의 타당성을 설명하고 설득해야 한다. 타지역과의 형평성 문제 등으로 입법화 과정이 쉽지 않아 보인다.
관광객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관광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도내 관광업계 반발도 뚫어야 한다. 제주 관광업계 관계자는 “숙박시설과 렌터카에 환경보전기여금 부과는 업계 분위기를 모르고 하는 소리”라며 “공항이용료처럼 관광객 전체에 부과하지 않을 경우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고, 징수과정에서 관광객 반발로 호텔이나 렌터카 업체가 떠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관광지가 밀집한 청정 강원도도 2004년에 환경오염 복구비용 마련을 위해 입도료(관광세) 도입을 추진하다 중도 포기한 적이 있다. 당시 논의 과정에서 관광객 유치 경쟁력 저하가 우려됐지만, 도는 이 우려를 불식시킬만한 대안 제시에 실패했다. 강원도 관계자는 "해외관광은 각국이 인센티브까지 줘가며 관광객 유치에 나서는데, 입도료를 부과하면 국내 여행객 차별 문제도 불거질 수 있어 포기했던 사안“이라며 “현재로선 도입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입도세 도입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는 “다음 세대도 제주의 자연과 깨끗하고 안전하게 공존해야 한다”며 “제주도민과 국민뿐 아니라 다음 세대의 권리를 위해 청정 제주를 지키겠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또 “난개발 논란에 휩싸인 송악산 유원지 개발사업과 제주동물테마파크 조성사업 등에 대해 적법절차에 따라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제주도에도 추진되고 있는 대규모 개발사업에 제동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