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에 미쳐 있던 이건희 회장" 30년전 기억 꺼낸 박영선

입력
2020.10.25 14:15
"오늘의 삼성, 이 회장의 반도체 사랑이 만든 결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고인이 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만났던 30년 전 일화를 추억했다. 그가 기억한 이 회장의 관심사는 온통 반도체였다.

박 장관은 2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MBC 경제부 기자시절이던 1980년대 말 어느 해 여름 제주도 전경련 세미나에서 (이 회장이) 한 시간 가량 '반도체의 미래'에 대해 출입기자들과 강의 겸 긴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당시 대학생이던 이재용 부회장이 뒷자리에 함께 했던 것이 인상적이었다"며 "이 회장은 게토레이 한 잔을 물컵에 따라놓고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 반도체에 대해 열변을 토하며 '난 지금 반도체에 미쳐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일본에서 유학하던 시절 얘기도 했는데, 유학 시절에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집에서 영화를 혼자 많이 봤다고 했다"며 "특히 일본 영화 '천칭'은 선대 이병철 회장이 추천해서 여러번 봤다고 말한 것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고 떠올렸다. 이어 "그후 천칭을 수소문해서 봤는데 오래된 낡은 영상이었지만 담긴 의미만큼은 각별했다"고 덧붙였다.

천칭은 솥뚜껑 회사라는 가업을 물려받는 조건으로 솥뚜껑을 팔아야 하는 13세 아이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아이가 영문도 모른 채 아버지가 내준 솥뚜껑 판매라는 숙제를 해가며 상인과 소비자의 마음가짐을 깨달아가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진정으로 내가 파는 물건에 애정을 갖고 있어야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진심이 전해진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영화였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1993년 마누라와 자식빼고 모두 바꾸라는 이건희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신경영 선언 이후 삼성전자는 휴대전화와 반도체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며 "오늘의 삼성은 이건희 회장의 반도체 사랑이 만든 결과"라고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오늘 영화 천칭을 다시 떠올리면서, 대한민국 반도체 신화를 이룬 이건희 회장에 깊은 애도의 마음을 표한다"고 고인을 애도했다.

윤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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