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삼성서울병원은 25일 철통 보안 속 장례식 준비에 한창인 모습이다. 이 회장이 생전 머물던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자택과 승지원(承志園) 주변은 행인이 거의 없어 고요함만 흘렀다.
이날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및 삼성 측 관계자들은 오전 일찍부터 장례식장 내 빈소 마련을 위해 분주하게 오갔다. 병원 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을 우려해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한 채 조용한 분위기에서 조문객 맞을 준비를 했다.
유족은 이 회장의 장례를 '가족장'으로 치르기로 했다. 26일 오전부터 정식 조문을 받되 조문객을 최소화해 50인 이하로 장례식장을 운영할 예정이다. 이날에는 빈소가 차려질 장례식장 지하2층 17, 18, 19호실 내 외부인 출입은 금지됐다.
오후 들어선 정세균 국무총리, 박병석 국회의장,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 정치권 및 재계 인사들의 조화가 속속 도착했다. 부고에 모여든 취재진 100여명은 장례식장 1층에 포토라인을 설치해 조문객 취재 준비에 나섰다.
이 회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가족들 곁에서 숨을 거둔 삼성서울병원 본관 20층 VIP룸 또한 외부인의 접근을 철저하게 차단했다. 본관 로비에서는 보안요원들이 엘리베이터 앞에서 보호자의 방문 목적과 방문 병실을 일일이 확인했다. 입원 환자의 보호자 교대도 보안요원 앞에서 이뤄졌다.
지하주차장에서 20층으로 곧바로 이동하는 '직통' 승강기 앞에도 보안요원들이 배치돼 출입이 제한됐다. 병동 내 환자 김용희(66)씨는 이 회장 부고에 "마음이 아프다"며 "항상 존경하던 분"이라고 말했다. 박지영(43)씨도 "병실 내에서 소식을 접하고 다들 놀랐다"면서 "병원 안이 워낙 조용해 실감이 안난다"고 했다.
한편 이 회장이 생전 머물던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과 한남동 저택 주변은 이날 내내 한산했다. 직원으로 추정되는 소수 인원이 장례에 사용될 물품을 옮기기 위해 자택을 조용히 드나들 뿐이었다. 자택을 지키던 경비원은 "부고 소식을 아침 언론 보도를 통해 접했다"며 "최근 8개월간은 이 회장님 얼굴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서초동 삼성전자 본사 대신 집무실로 사용했던 이태원동 승지원도 스산하긴 마찬가지였다. 승지원 외부에 설치된 초소는 비어있는 상태였고, 내부에만 경비원이 침묵 속에 출입을 통제했다. 한 주민은 "(부고 소식을) 전혀 몰랐다"며 "이 회장이 근처에 산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실제로 이 회장 본인이나 가족들은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산책을 하던 원모(68)씨도 "큰 인물인데 아침에 세상을 떠나셨다는 소식에 슬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