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 지키기 위해 환경보전기여금 도입”...1박 1500원

입력
2020.10.25 12:00
환경처리 비용 관광객에 부담시키는 입도세 성격
숙박시설‧렌터카 이용시 요금에 일정액 부과
난개발 우려 대규모 개발사업도 제동 걸어



“청정 제주의 환경을 지키는 위한 실질적 수단으로 제주환경보전기여금(가칭) 도입을 본격 추진하겠습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25일 오전 서귀포시 대정읍 송악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제주를 찾는 내ㆍ외국인 관광객에게 쓰레기와 하수처리 비용을 부과하는 제주환경보전기여금 도입을 공식화했다. 숙박 시 1인당 1,500원/박, 렌터카 1일 5,000원 등이 제안됐다.

원 지사는 이날 ‘다음 세대를 위한 제주 선언’을 통해 “제주의 자연은 지금 세대만의 것이 아니다. 다음 세대도 제주의 자연과 깨끗하고 안전하게 공존해야 한다”며 “제주도민과 국민뿐 아니라 다음 세대의 권리를 위해 청정 제주를 지키겠다”고 밝혔다.

원 지사는 이날 청정 제주를 지키는 방안으로 그동안 논의가 지지부진했던 ‘제주환경보전기여금’ 도입을 공식화하고, 난개발 논란이 일었던 도내 대규모 개발 사업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히면서 사실상 제동을 걸었다.

제주 환경보전기여금은 오염 원인자 부담 원칙에 근거해 생활폐기물ㆍ하수ㆍ대기오염ㆍ교통혼잡 등을 유발하는 사람에게 처리비용 일부를 부담시키는 제도다. 최근 제주지역에는 관광객 급증으로 생활폐기물과 하수 발생량이 급증하고, 대기오염과 교통혼잡 등으로 환경처리 비용이 계속 늘어남에 따라 환경보전기여금 도입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환경보전기여금 도입 논의는 2013년 한국법제연구원이 제주세계환경수도 조성 지원특별법 연구용역에서 항공(선박) 요금에 일정액을 부과하도록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도가 2018년 한국지방재정학회에 의뢰해 진행한 용역에선 숙박 시 1인당 1,500원, 렌터카 1일 5,000원(승합 1만원, 경차 및 전기차 50% 감면), 전세버스 이용요금 5% 부과 안이 제시됐다. 도는 용역 결과를 토대로 같은 해 12월에 도민설명회를 개최하고 제도 도입을 추진하려 했지만 제주여행 비용 부담 증가에 따른 도내 관광업계의 반발로 논의조차 못했었다.

하지만 도가 이날 환경보전기여금 도입을 공식화했지만 실제 제도 도입까지는 넘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우선 제주특별법 개정을 통해 제도 도입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하지만 국회와 관련 중앙부처 등을 대상으로 설득하는 과정에서 타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 등으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사실상 ‘입도세’ 성격의 환경보전기여금 부과에 따른 관광객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관광객 유치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도내 관광업계의 설득하는 문제도 쉽지 않는 등 제도 도입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실제 강원도가 2004년에 관광객들로 인해 발생한 환경오염 복구비용 마련을 위해 입도세(관광세) 도입을 추진했다가 실패했다.

원 지사는 이날 또 그동안 난개발 논란에 휩싸인 송악산 개발사업과 동물테마파크 조성사업, 중문 주상절리 부영호텔 건립사업 등 대규모 개발사업에 대해서도 제동을 걸었다.

원 지사는 “아직 남아 있는 난개발 우려에 마침표를 찍겠다”며 “우선 자연 경관을 해치는 개발은 더욱 엄격하게 금지하겠다. 이에 따라 천연 자연경관의 사유화가 우려되는 송악산과 중문 주상절리를 지켜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라관광단지 개발사업은 현재 제시된 사업내용과 투자로는 제주도의 엄격한 개발사업 심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며 “앞으로 대규모 투자 사업은 자본의 신뢰도와 사업내용의 충실성을 엄격히 심사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허가 불가 입장을 제시했다.

그는 또 “제주 생태계를 훼손하지 않는 것은 개발사업의 기본 전제다. 동물테마파크 개발사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세계적으로 제기된 생태계 교란과 인수공통감염병 우려를 고려해 매우 신중하게 살펴야 할 문제”라며 “(대규모 개발사업과 관련된) 이같은 문제들을 처리하는 데 있어서는 청정과 공존의 원칙을 적용해 적법절차로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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