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의 해양 방출 결정을 당분간 연기했다. '풍평피해(소문으로 인한 피해)' 대책 마련과 대내외 정보 발신에 대한 추가 검토가 명분이지만 일본 정부는 국제기준에 부합한다는 입장으로 '시간 벌기'라는 지적이 없지 않다.
가지야마 히로시(梶山弘志) 경제산업장관은 23일 관계부처 대책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언론 보도대로) 27일에 결정할 것은 없다"며 "구체적인 시점을 전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가 "언제까지나 방침을 정하지 않은 채 미룰 수 없다"고 밝히면서 오는 27일 해양 방류로 최종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결정 연기는 오염수의 해양 방류에 대한 대내외의 우려를 의식한 조치다. 일본 정부 내 전문가소위원회는 지난 2월 오염수 처분 방식으로 해양 방류와 대기 방출로 압축하면서 이 중 해양 방류를 강조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후 4~7월 의견수렴을 위해 총 4,011건의 국민 의견을 접수했으나 ‘오염수가 인체에 해롭다’ 등 안전성을 우려하는 의견이 약 2,700건에 달했다. 풍평피해와 지역부흥 지연을 우려하는 의견은 약 1,000건이었다. 이와 별개로 현재처럼 저장탱크에 계속 보관하는 방식 등을 제안한 의견도 2,000건을 넘었다.
뿐만 아니라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와 전국소비자단체연락회 등 관련 단체들이 국민적 이해를 얻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의 최종 결정에 반대하는 성명을 잇따라 발표했다. 이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의견 조율에 시간이 걸린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당초 올해 여름 오염수 처분 방식을 결정할 계획이었다. 2022년 여름 원전부지 내 오염수 저장탱크가 포화(137만톤)에 이를 것으로 보고, 결정 후 방류까지 2년의 준비기간을 상정한 것이다. 그러나 하루 170~180톤씩 발생하던 오염수가 올해 140톤으로 줄면서 포화 시기가 수개월 늦춰져 2023년이 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원전 부지에는 구식 탱크 97기의 해체가 예정돼 있는데, 이 자리에 오염수 저장탱크를 증설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이 경우 2년분의 오염수를 저장할 수 있는 부지를 확보하는 셈이다. 다만 폐로 작업 과정에서 꺼내는 사용후핵연료 보관 장소로 사용할 수도 있어 도쿄전력의 결정이 주목된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방사선량 농도를 국제 기준치 이하로 희석시켜 방류하는 것은 국제법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최종 방침 결정 이후 일본 주재 대사관을 통해 각국 정부에 설명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중국 외교부는 19일 “주변국과 충분히 협의해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원희룡 제주지사는 20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강행한다면 한일 양국과 국제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하겠다”며 반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