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당국이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접종을 계속하기로 했다. 백신 접종 후 사망한 사례의 부검 등을 바탕으로 판단한 결과, 백신과의 연관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23일까지 40여명에 달하는 백신 접종 후 사망 사례(오후 1시 기준 36건)가 집계돼 독감 백신을 둘러싼 국민 불안이 계속 고조되는데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일주일 중단을 권고하고 있어 백신접종 기피 등 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질병관리청은 23일 “예방접종 피해조사반이 사망 사례 26건에 대해 독감 부작용, 기저질환에 의한 사망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모두 사망과 예방접종과의 직접적인 인과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판단됐다”며 “이에 피해조사반은 예방접종 사업을 지속하도록 권고했다”고 밝혔다. 예방접종 피해조사반은 이날 3차 회의를 열고 전날까지 보고된 사망 사례 26건에 대해 △백신 이상반응 여부 △사망자가 접종한 백신에 대한 재검정 △접종 중단 필요성 등을 논의했다.
먼저 백신 접종의 대표적인 부작용인 '아낙필락시스 쇼크'가 의심되는 사례는 없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아낙필락시스는 전신에 나타나는 중증 알레르기 반응으로 접종 24시간 내에 급성으로 증상이 나타난다.
또 백신을 재검정하거나 사용 중지할 상황도 아니라고 판단했다. 질병청은 “동일 백신 제조번호에서 예방접종과의 직접적인 인과성을 배제할 수 없는 중증 이상반응이 2건 이상 발생할 경우 재검정 또는 사용중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고된 사망자 중 제조번호가 동일한 4개의 백신을 각각 2명씩 접종 받긴 했으나, 이들 모두 예방접종에 따른 부작용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에 아직까진 백신 자체의 문제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사망 사례 20건에 대한 중간 부검 결과도 나왔다. 20건 중 13건의 사인은 심혈관질환(8건) 뇌혈관질환(2건) 기타(3건)로 밝혀져 예방접종과 인과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7건은 추가 검사를 진행 중이다. 부검을 하지 않은 6건 중 4건은 질병사(3건)와 질식사(1건)로 예방접종과 인과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났다.
질병청은 이처럼 백신 접종과 사망과의 인과관계가 낮은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독감의 동시 유행에 따른 위험성을 낮추기 위해 독감 예방접종을 지속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접종 지속 방침이 바뀔 가능성도 없지 않다. 질병청은 이날 예방접종 전문위원회를 열고 독감 예방접종에 대해 논의했는데, 24일 오전 다시 추가 분석 자료를 검토해 향후 접종 계획에 대해 검토할 예정이다. 피해조사반은 백신과 사망과의 인과과계가 낮다는 사실을 토대로 예방 접종을 지속하라고 권고했지만, 예방접종 전문위원회는 국민들의 불안감 등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