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안에 국내 주요 도시를 30분 안에 이동해 전국을 통근생활권으로 묶는 기술 개발을 끝낼 겁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까지 1시간, 중국 베이징은 1시간10분 만에 갈 수 있어 동북아시아 일일생활권 구축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초고속 교통기술인 하이퍼튜브(HTX) 개발 책임자인 이관섭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신교통혁신연구소장은 23일 전화 인터뷰에서 “HTX는 지역 간 교육ㆍ문화 격차를 해소하고 국토의 균형발전, 동북아시아 국가 간 교류 확대 등 다양한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HTX는 진공에 가까운 아진공 상태(0.001기압 이하)의 튜브에서 시속 1,200㎞의 차량이 달리도록 한 초고속 철도시스템이다.
이 소장이 남다른 자신감을 보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지난달 하이퍼튜브 차량과 발사부, 아진공 튜브(0.001기압), 제동부를 17분의1 크기로 축소ㆍ제작한 뒤 진행한 속도시험에서 해당 차량의 속도가 시속 714㎞를 주파했다. 축소형 주행시험이지만 높은 속도를 낼 수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철도연은 이미 8년 전 1㎏ 미만 모형 운송체를 0.2기압 튜브 안에서 700㎞까지 가속시키는데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성공했다. 민간 우주개발기업 스페이스X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HTX와 유사한 하이퍼루프를 제안한 2013년보다 4년 앞선 2009년부터 기술 개발에 나선 결과다.
이 소장은 “HTX의 핵심기술인 0.001기압의 아진공 튜브 제작 기술, 주행 안정화 기술 등은 선진국보다 앞서 있다”며 “연말까지 0.001기압 이하 상태에서 시속 1,000㎞ 이상 속도를 낼 수 있는지 주행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HTX와 하이퍼루프는 공기가 없는 튜브 안을 달리게 해 마찰과 공기저항을 극복한다는 개념은 같지만 세부 기술에서 차이가 있다. 하이퍼루프는 차량 하부에서 공기를 내뿜어 동체를 띄우고, HTX는 자석의 N극과 S극이 서로를 밀어내는 힘(척력)을 이용한다. 자기부상방식은 튜브 바닥과 동체가 10㎝ 떨어져 있어도 작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구축 비용이 적게 든다는 게 이 소장의 설명이다. 공기부상방식은 튜브 바닥과 동체의 간격이 1㎜를 넘지 않아야 한다.
이 소장은 “서울과 부산을 20분에 주파하는 HTX는 초연결시대에 부합하는 미래 교통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기존 고속철도는 한국과 프랑스, 독일, 일본, 중국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으나 시속 600㎞ 안팎의 ‘속도 장벽’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고속열차 바퀴와 레일이 접촉하면서 생기는 마찰력과 고속 운행 시 급격히 증가하는 공기 저항 문제를 해결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하지만 진공과 유사한 상태에서 공중에 떠 움직이는 HTX는 이 같은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동일 노선ㆍ수송량 기준으로 분석했을 때 HTX 구축비용(1㎞당 265억원) 역시 KTX산천(1㎞당 492억원)의 54%, 연간 운영비는 47% 수준에서 가능해 경제성도 충분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현재 HTX에 필요한 24개 핵심기술 중 국내 기업이나 연구기관이 보유한 건 18개다. 이 소장은 “나머지 6개 기술에 대해서도 2024년까지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라며 “초고속 교통수단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하이퍼루프 운송 기업 버진하이퍼루프원(VHO)가 2016년 전 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수요를 파악한 결과 100여개 나라가 2,600여개 노선 사업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