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3일 문재인 정부의 숙원사업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필요성을 강조하며 페이스북에 드라마 '비밀의 숲' 대사를 올렸다. 검찰 조직의 문제를 비판한 내용으로, 윤석열 검찰총장이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이튿날 올려 주목된다.
조 전 장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드라마 비밀의 숲에 나오는 한 장면을 캡처해 올리며 "비밀의 숲 대화 일부. 공수처의 필요성"이라고 적었다.
조 전 장관이 올린 사진은 비밀의 숲의 주인공 황시목 검사 역을 맡은 배우 조승우씨가 읊조리는 대사다. 황 검사는 '썩는 덴 도려낼 수 있죠. 그렇지만 아무리 도려내도 그 자리가 또 썩어가는 걸 저는 8년째 매일같이 목도해 왔다"며 "대한민국 어디에도 왼손에 쥔 칼로 제 오른팔을 자를 집단은 없다. 기대하던 사람들만 다친다'라고 말한다.
비밀의 숲 시즌1은 2017년 방영됐다. 검찰 스폰서 살인 사건과 검찰과 기업의 유착 관계를 수사하는 검사 이야기를 다뤘다. 방영 당시 큰 인기를 끈 비밀의 숲은 8월부터 4일까지 시즌 2가 방송됐다.
조 전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 재임 시절부터 공수처 설치와 검찰 개혁에 집중해 온 만큼, 이를 다시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윤 총장이 대검찰청 국정감사에 참석해 여당 의원들과 거친 설전을 벌인 이튿날 검찰 개혁을 강조한 것이 눈에 띈다.
조 전 장관은 앞서 국감이 진행된 전날에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페이스북에 올린 '검찰총장은 법상 법무부장관의 지휘 감독을 받는 공무원'이란 글을 공유하며 윤 총장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조 전 장관은 추 장관의 글을 공유한 이후 윤 총장을 저격하는 글을 연이어 올렸다. 22일에는 정부조직법과 검찰청법 내용을 올리며 검찰총장이 직급상 법무부 장관 아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감에서 윤 총장이 '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란 발언을 꼬집은 것이다.
이날 오전에는 '수사지휘 수용하고 국감서 비난 쏟아낸 윤석열 총장'이란 제목의 사설을 게시했다. 사설은 윤 총장이 수사지휘권에 침묵하다가 뒤늦게 국감에서 정부를 비판하고, '검찰 지상주의'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또 가족 관련 의혹과 검사들의 룸살롱 향응 의혹에 대해선 사과하지 않아 검찰에 대한 불신을 스스로 키웠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