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한국을 향해 ‘반덤핑’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한국의 표정이 어둡지만은 않다. 왜 그럴까.
중국 상무부는 23일 “한국과 미국, 유럽연합(EU)에서 수입하는 ‘합성고무(EPDM)’에 대해 반덤핑 예비판정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자국 산업이 실질적 피해를 입었고, 덤핑과 피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28일부터 덤핑 마진별로 12.5~222%의 보증금을 중국 해관총서(우리의 관세청)에 내야 한다.
우리 수출업자로서는 달가울 리 없는 조치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반드시 불리한 것만도 아니다. 수출은 어디까지나 상대가 있는 경쟁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합성고무 국내 수요의 80% 가량을 해외에서 수입한다. 주로 전선 피복이나 자동차 패킹 부품 등의 용도로 쓰인다. 그런데 이번에 반덤핑 대상에 오른 국가 간 수입량이 서로 다르다. 미국은 중국 수입량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반면, 한국은 시장 점유율이 20% 정도다. EU는 10% 내외로 알려져 있다.
특히 중국은 이날 반덤핑 조치를 발표하면서 부과하는 보증금 비율에 현격한 차이를 뒀다. 미국 업체는 200%가 넘는 반면, 한국 업체에 대해서는 20% 안팎에 그쳤다. 한국산보다 미국산 합성고무의 중국 판매가격 상승 압박이 더 커지는 셈이다. 중국이 한국이나 EU가 아닌 미국을 겨냥해 이번 조치를 내놓았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한창이던 지난해 6월부터 합성고무 반덤핑 조사를 실시해 왔다.
물론 이번 조치에 따라 중국이 곧바로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아니다. 수출국이 이의를 제기하면 한 달 정도 조사를 거쳐 중국 측의 조치가 합당한지 판단한다. 만약 부적절하다는 결론이 나오면 28일부터 지급한 보증금은 다시 돌려받는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16일에도 한국, 미국, 일본, 말레이시아산 고부가가치 플라스틱소재인 폴리페닐렌 설파이드(PPS)에 대해 반덤핑 잠정조치를 발동했다. 이에 따라 바로 다음날부터 수입과정에서 중국 해관총서에 보증금을 내고 있다. 보증금 과세비율은 미국(214~220%)이 일본(27~69%), 한국ㆍ말레이시아(20~40%) 보다 훨씬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