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철 “유재수 감찰, 조국이 중단 결정... 백원우는 선처 요청”

입력
2020.10.23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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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수 감찰무마' 조국 재판에 증인 출석
백원우, "선처 요청 안 했을 것" 의혹 부인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이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사건’ 재판에서 “감찰 중단을 결정한 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라고 증언했다.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선처를 요청한 사실이 있다고도 밝혔다.

박 전 비서관은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 김미리)의 심리로 열린 조 전 장관 등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같은 증언을 내놨다. 그는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과 관련해 조 전 장관, 백 전 비서관과 함께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된 공동피고인이지만, 이날은 조 전 장관 재판의 증인 자격으로 법정에 섰다.

박 전 비서관은 유 전 부시장에 대한 청와대의 감찰 중단 경위에 대해 “저는 (감찰 중단 결정) 전에 수사를 의뢰하거나 감사원 등에 사건을 이첩해야 한다고 충분히 말씀드리고 보고서도 드렸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어떤 결정을 하든, 결국 최종 결정권자는 (조국) 민정수석이니 중단 결정에 대해 특별히 의견을 제시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조 전 장관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재직하던 2017년 12월, 당시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이었던 유 전 부시장의 뇌물수수 등 비위 의혹을 보고받고도,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의 감찰을 중단시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특감반장의 직속상관인 박 전 비서관은 조 전 장관 지휘를 받아 감찰 업무를 지휘ㆍ감독하는 위치였다.

이날 법정에서 박 전 비서관은 감찰 진행 도중, 백 전 비서관이 “유재수 본인이 억울하다고 하는데 선처하는 게 어떠냐” “사표를 받는 정도로 끝내면 되지 않느냐” 등과 같은 의견을 전해왔다고도 밝혔다. 그 이후, 조 전 장관이 백 전 비서관과 함께 있던 자리에 자신을 불러 “유재수가 사표를 낸다고 한다"며 감찰을 정리하자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유 전 부시장을 위해 여권 인사들의 ’구명운동‘이 강하게 일어났다고도 증언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증인으로 나선 백 전 비서관은 자신은 '선처 요청'을 한 바 없다고 부인했다. 그는 “제가 확정되지 않은 일에 대해 그렇게(선처 요구)는 안 했을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또 김경수 경남지사 등이 자신에게 ‘구명 청탁’을 해왔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없던 일로 해달라는 게 아니라 ‘유재수가 억울하다고 하니 들어봐 줘라’는 정도였다”고 해명했다.

검찰은 조 전 장관 등이 유 전 부시장의 비위를 확인했음에도 △수사의뢰 △감사원 이첩 △소속기관(금융위) 이첩 등 적절한 조치 없이 사건을 종결한 게 ‘감찰 무마’라고 본다. 반면, 조 전 장관 측은 강제수사권이 없는 민정수석으로선 유 전 부시장의 감찰 불응으로 인해 ‘감찰 종료’를 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감찰의 개시ㆍ진행ㆍ종결은 민정수석의 고유 권한이므로 법적 문제가 없다고도 주장한다.

검찰은 이날 증인신문에 앞서 기존의 ‘직권남용’ 혐의 외에, ‘직무유기’ 혐의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한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검찰은 “피고인 측이 직권남용 혐의와 관련해 ‘(특감반원들에겐) 방해받을 권리 자체가 없다’면서 부정하니, 직무유기에 대한 판단도 이뤄져야 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조 전 장관 변호인은 “A가 안 되면 B로, B가 안 되면 C로 한다는 식의 ‘투망식 기소’는 대단히 바람직하지 않다”고 항의했으나,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장 변경 신청을 받아들였다.

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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