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국회에서 열린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 대한 '직격 발언'을 쏟아낸 윤석열 검찰총장의 거침없는 태도에 여야의 평가는 극단적으로 엇갈렸다. 피감 기관 증인으로 나온 윤 총장은 최근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등 여러 의혹과 논란에 대해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맞서는 모습을 보였다.
국감 이전부터 라임ㆍ옵티머스 사건 수사 등을 고리로 윤 총장을 벼르고 있던 여권은 발칵 뒤집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으로 윤 총장을 상대로 질의에 나섰던 박범계ㆍ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그의 태도를 거듭 지적했다.
국감장에서 윤 총장에게 '자세 똑바로 하라'고 호통을 친 박 의원은 종료 직후인 다음날(23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무려 15시간을 진행, 남는 기억은 말끝마다 '어어' 질문자보다 길고 많은 대답 자세와 태도"라고 불쾌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김 의원도 "아무 것도 모르고, 공부도 안 하고, 사실 관계도 파악하지 않고 나온 검찰총장, 정말 무책임했다"라며 "이런 부분을 지적하는 언론은 없다"고 꼬집었다.
같은 당 황운하 의원은 "윤 총장의 답변 태도와 내용을 보면서 일국의 검찰총장에 걸맞지 않다는 허탈감과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인격의 미숙함과 교양 없음이 그대로 드러났다"라고 직격했다.
윤 총장의 거취를 압박하는 목소리도 다시 불거졌다. 당 지도부인 노웅래 최고위원은 "윤 총장은 기어코 선을 넘었다. 독단과 아집이 도를 지나쳐도 한참 지나쳤다"라며 "검찰의 총수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국민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더 늦기 전에 스스로 거취를 정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여당 의원의 공세에 윤 총장 엄호에 나섰던 야당 의원들은 국감이 끝난 이후로도 그를 치켜세우며 '지원 사격'을 이어갔다.
검찰 출신인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법사위 국감은 영화 '글래디에이터'를 보는 것 같았다"라며 "백전불굴의 장군을 묶어놓고 애송이들이 모욕하고 온갖 공작을 동원하지만 결국 넘사벽(넘을 수 없는) 실력 차를 넘지 못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김 의원이 언급한 영화는 노예로 전락한 로마제국의 장군이 민중의 영웅으로 떠올라 폭군에게 복수를 시도하는 내용이다.
같은 당 정진석 의원은 윤 총장을 두고 "답답하고 지친 국민들에게 새로운 기대와 영감을 주었다"라며 "앞으로는 아무리 압박을 받아도 '식물 총장' 소리는 안 들을 것 같다"라고 평가했다.
국감장에서 여야의 역할이 뒤바뀐 것 같다고 자평하는 반응도 나왔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대검 국감에서는 민주당이 야당 같다는 생각을 잠시 줬다"라며 "거대 여당, 공룡 여당 민주당이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총장을 닥치고 비난한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