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 독수리’ 한화 김태균(38)이 20년 동안의 선수 생활을 뒤로하고 현역 유니폼을 벗었다.
김태균은 22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했다. 기자회견에 앞서 그라운드에서 후배들과 사진을 찍을 때만 해도 그는 담담했다. 김태균은 “여러분들 덕에 좋은 추억을 많이 쌓았다”면서 ‘파이팅’을 제안했고 주장 이용규 등 선수들은 김태균을 중심으로 모여 팔을 높이 들며 “파이팅”을 외쳤다. 후배 투수 안영명은 “감독 취임하는 것 같다”는 농담으로 웃음을 유도하기도 했다.
김태균은 그러나 기자회견장에서 끝내 굵은 눈물을 떨어뜨렸다. 은퇴 소감을 전하려던 그는 “안녕하십니까”라고 운을 뗀 뒤 눈시울을 붉히며 3분간 말을 잇지 못했다. 힘들게 입을 뗀 그는 “이글스는 나의 자존심이었고 자부심이었다”면서 “한화 유니폼을 입을 수 있어 영광이었는데 이제 그 유니폼을 벗는다 생각하니 마음이 착잡하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충남 천안 출신이라 한화를 보면서 야구를 했고 (야구 선수) 꿈을 이루게 된 것도 한화 때문이다. 한화 선수여서 행복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우승을 하지 못한 점은 못내 아쉬워했다. 김태균은 “매 시즌 전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겠다는 인터뷰를 했는데 그 약속을 한번도 지키지 못해 팬들께 죄송하다”면서 “평생의 한으로 남을 것 같다”고 했다.
‘우승 숙제’는 후배들의 몫으로 남겼다. 그는 “한화에 젊고 유망한 선수들이 많다. 우리 팀도 머지않아 강팀이 될 것이라는 희망이 있다”면서 “그들에게 더 좋은 기회를 만들어줘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내가 이루지 못한 꿈을 후배들이 이뤄주길 바라는 마음에 은퇴를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팬들과 구단, 역대 사령탑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았다. 그는 “감사드릴 분들이 많다”면서 “20년 동안 사랑해주시고 아껴주신 한화 팬들께 정말 감사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이어 김승연 회장과 한화를 거쳐간 사장단, 역대 감독 및 코치들에게도 “최선의 경기력을 위해 도와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2001년 한화에서 데뷔한 김태균은 2010~11년은 일본에 진출해 치바 롯데 마린스에서 활약했다. 2012년 한화에 복귀한 뒤 올 시즌까지 선수 생활 20년 동안 18시즌을 한화 이글스 한 팀에서 뛴 프랜차이즈 스타다. KBO리그 우타자 중 가장 많은 안타(2,209개) 기록을 보유 중이다.
18시즌 2,014경기에서 통산 타율 0.320에 311홈런 출루율 0.421 장타율 0.516 등을 생산한 레전드급 타자다. 하지만 올 시즌엔 67경기를 뛰면서 타율 0.219에 홈런 2개에 그쳤다. 은퇴식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를 감안해 내년에 진행할 예정이다. 한화 관계자는 “김태균이 팀 내 주요 전력 관련 회의와 해외 훈련 등에 참가해 단장 보좌 어드바이저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