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ㆍ부동산 세제, 정치 논리로 원칙 훼손 안돼

입력
2020.10.23 04:30
27면

내년 4월 재ㆍ보궐 선거를 의식한 여권이 주식과 부동산 관련 조세 부담 완화를 시사해 논란이 일고 있다.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부의 주식 양도세 과세 기준을 두고 여당 의원들과 홍남기 기획재정부장관의 설전이 벌어졌다. 내년 4월부터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을 종목별 주식 보유액 기준 현행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추려는 정부 방침에 여당 의원들이 시행을 연기하거나, 과세 기준을 더 높일 것을 요구한 것이다.

문제는 이런 방침이 이미 2018년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 때 예고됐다는 점이다. 홍 부총리는 이날 국감에서 “가족 합산 기준을 개인별로 조정하는 선에서 당초대로 한 종목당 3억원의 과세 기준을 적용할 방침"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럼에도 최근 청와대가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에게 과세 요건을 낮추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물었다는 사실이 전해지며 과세 완화에 대한 의구심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미 법으로 정해진 과세 방침을 일부 주식투자자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철회하라는 것은 원칙에 맞지 않는다. 당초 주식 양도세 강화가 과세 형평의 원칙에 따른 것으로 조세 정의에 대한 신뢰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강화된 기준을 적용할 경우 개인투자자들이 절세를 위해 12월 대규모로 주식을 매도해 주가가 폭락할 수 있다고 주장하나 전문가들은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당의 부동산 보유세 감세 움직임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지난 19일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1주택 장기 보유 실거주자들에게 세금 등에서 안심을 드리는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1일에는 여당 의원 12명이 종부세를 완화하는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어렵게 진정되고 있는 부동산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정책 수정의 이유가 선거를 앞두고 표를 의식한 것이라면 자칫 ‘소탐대실’의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