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화상 후 의료진이 한번 더 잰다…엄격 깐깐 靑 방역 '클라쓰'

입력
2020.10.24 12:00
열화상 카메라 통과 후 의료진이 직접 체온측정
일반 기준보다 엄격한 체온 기준 적용
대통령부터 마스크 착용 수칙 철저



전국 단풍 명소가 탐방객으로 넘쳐나고 놀이공원마다 가족 단위 나들이객들의 긴 줄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피로감과 경제적 손실을 감안해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1단계로 완화하면서 볼 수 있는 장면들이다.

그에 비해 코로나19에 대한 긴장감을 한시도 늦추지 못하는 곳이 있다. 대통령이 머무는 청와대다. 국가원수의 안위가 곧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데다 각종 회의 및 행사로 외부 인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만큼 청와대는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 완화 이후에도 더욱 강화된 방역 지침을 적용하고 있다.

청와대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두 가지 검색대를 거쳐야 출입이 가능하다. 하나는 각종 소지품 검사와 몸수색 등 경호 차원의 검사가 이루어지는 보안 검색대고, 또 다른 하나는 '방역 검색대(발열 검사대)'다. 이중 코로나19 사태 이후 새로 설치된 발열 검사대는 사태가 장기화함에 따라 갈수록 '깐깐'해져 왔다.

청와대의 발열 검사는 이중으로 이루어지고 통과 기준도 엄격하다. 열화상 카메라가 설치된 발열 검사대를 통과하자마자 청와대 소속 의료진이 다시 한번 체온계로 발열검사를 하는데, 둘 중 하나라도 기준 체온을 넘어서면 내부로 들어갈 수 없다. 그 때문에 철저하다고 소문한 청와대의 보안검사보다 요즘엔 발열 검사가 더 통과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돌 정도다.



지난 13일 제2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 참석한 장관 및 시도지사들도 예외 없이 경호원의 보안검사와 간호사의 발열검사를 통과한 후 입장했다. 여유로운 표정으로 경호원의 보안 검사를 통과한 참석자들은 발열 체크를 하는 간호사 앞에선 하나같이 긴장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청와대의 발열검사 기준이 훨씬 엄격하기 때문다.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제시한 기준 체온이 37.5도인 데 비해 청와대는 37도다.

발열검사에서 체온이 37도를 넘을 경우 행사장 출입이 일단 제한되고, 별도 장소에서 재검사를 위해 대기해야 한다. 재검사에서 37도 미만으로 측정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곧장 청와대를 떠나야 한다.

청와대 춘추관에서 상주하는 출입기자들 역시 과하다 싶을 정도로 엄격한 발열 검사 때문에 긴장하기는 마찬가지다. 본관에서 열리는 행사를 취재할 풀(POOL) 기자들은 차량으로 한꺼번에 이동하는데, 춘추관 앞에서 차량에 탑승하자마자 1차 발열 검사가 이루어진다. 이를 통과해도 본관 행사장으로 바로 들어갈 수가 없다. 행사장 앞에서 다시 한번 발열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체온이 37도를 넘는 기자는 춘추관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보통 10명 정도의 풀 기자단이 취재를 위해 본관으로 이동하는데, 이중 3명이 행사장에 입장도 하지 못하고 기자실로 돌아온 경우도 있었다. 물론, 이상 체온이 나온 경우 외부 검체 검사 등 별도 방역 지침이 가동된다.



깐깐한 방역 검색 외에도 청와대에서는 누구나 예외없는 마스크 착용 지침을 따라야 한다. 특히, 지난 6월 8일 문재인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에 참석하면서 마스크를 깜빡 잊은 장면이 보도된 이후 문 대통령의 마스크 착용은 어느 누구보다도 철저하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발언 시간을 제외하고는 항상 마스크를 착용하고, 참석자들 역시 전원 마스크를 착용한 채 회의가 진행된다.

누구나 마스크 착용을 철저하게 지키다 보니 간혹 물을 마시기 위해 마스크를 잠깐 벗는 참석자들의 모습이 '이색 장면'으로 포착될 정도다. 지난 13일 제2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대통령 옆자리의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마스크를 벗고 물을 마시는 장면이나, 지난 20일 국무회의 도중 최재성 정무수석이 물을 마시는 장면이 취재진의 눈길을 끈 이유다.



대통령이 참석한 청와대 공식 행사 중엔 마스크를 벗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신임 주한 외국대사들과의 기념촬영이 여기 해당한다. 지난 16일 청와대 충무실에서 열린 신임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에서 문 대통령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각국 신임대사 전원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참석했지만, 마지막 순서인 기념촬영 때만은 마스크를 벗었다. 대통령과 외교장관, 대사의 '노마스크' 기념촬영은 외교적 관례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같은 외교적 관례가 지켜질 수 있는 배경에는 방역 당국의 성공적인 코로나19 대응과 국민의 실천 노력이라는 소중한 가치가 있었다.






왕태석 선임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