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줄곧 중국과 대립각을 세워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뒤로는 중국 은행에 계좌를 개설해 보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계좌로 중국에 세금도 2억원 이상 납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20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세금 기록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그가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 매니지먼트’ 이름으로 중국 은행에 계좌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던 사실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해당 계좌는 법인 명의로 관리돼 대통령의 공직자 금융자료 내역에 포함되지 않았다. 은행 이름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법인을 통해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중국 측과 라이선스 계약을 추진하면서 18만8,561달러(약 2억1,200만원)의 세금을 냈다. 앞서 공개된 미국 연방정부 납세 기록보다 훨씬 많은 액수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5년 중 10년 동안 연방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으며, 2016년과 2017년에 겨우 750달러(약 85만원)씩 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트럼프 측 변호사인 앨런 가튼은 “세금을 내기 위해 미국에 사무실이 있는 중국 은행에 계좌를 개설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아시아에서 호텔 계약을 타진하기 위해 중국에 사무실을 열고 계좌를 텄지만 어떤 계약이나 거래, 기타 사업 활동이 현실화한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2015년 이후 중국 사무소는 쓰이지 않고 남아있다고도 주장했다.
세금 기록만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서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돈을 썼는지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 다만 신문은 “기록을 보면 대통령은 수년 동안 현지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특별히 조직된 5개 회사에 최소 19만2,000달러(약 2억2,000만원)를 투자했다”며 “이 회사들은 2010년 이후 최소 9만7,400달러의 사업 비용을 청구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중국 계좌의 존재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와 무역 분야에서 반중(反中) 정서를 자극하는 방식으로 지지층 결집을 노려왔는데 이런 전략이 무력화될 수 있어서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의 차남 헌터 바이든이 중국 사업과 관련해 은행 계좌를 소유했다며 "수상한 연결 고리"라고 비판한 것도 결국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식 공격이 돼 역풍을 부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