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현재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한 것으로 보고된 사례 9건 가운데 1건(처음 2건 발표 후 수정)에 대해 보건당국은 ‘아나필락시스’ 반응 가능성을 언급했다. 백신 자체의 문제보다는 접종자의 신체 반응에 따른 사망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이다.
아나필락시스는 특정 식품이나 약물 등의 원인 물질에 노출된 후 짧은 시간 안에 일어나는 중증 알레르기 반응이다. 갑자기 입술과 눈 등이 퉁퉁 붓고, 숨 쉬기가 힘들어진다. 구토와 설사, 복통도 동반하며 심한 경우 혈압이 급격히 내려가고 심정지까지 이어져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
주로 10분 이내에 증상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대부분 2시간 이내에 발생한다. 간혹 2시간이 초과한 뒤에도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이날 예방접종피해보상전문위원회 위원장인 김중곤 교수(서울의료원 소아청소년과장)가 “사망자 중 1명이 예방접종 후 2시간 반쯤 지나 사망하면서 아나필락시스 반응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힌 배경이다.
아나필락시스를 유발하는 요인으로는 식품과 약물이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국내 소아ㆍ청소년 대상 아나필락시스 발생 요인을 분석한 결과, 계란 우유 땅콩 호두 그리고 갑각류 등 식품으로 인한 알레르기 반응이 85%에 이른다. 진통소염제, 항생제, 백신, 복합약물 등 약물에 의한 발생은 7% 수준이다. 반면 성인에게서는 약물(58%)이 식품(28%)보다 위험하다. 성인에서는 소아ㆍ청소년에 비해 심혈관계와 신경계 증상이 현저히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 후 아나필락시스로 인한 사망사고가 아주 희귀한 현상은 아니라고 말한다. 한 가정의학과 의사는 “독감 백신뿐 아니라 각종 백신에 대한 아나필락시스 반응은 종종 발생한다”며 “짧은 시간 안에 증상이 발생하는 만큼 백신 접종 후 병원에서 20~30분 정도 머무르면서 증상 여부를 살펴보도록 권장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