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당국에 따르면 지난 2009년 이후 11년간 백신 접종후 사망 사례는 25건에 불과했다. 연 평균 2건 가량이다. 올해는 엿새 동안 접수된 사망 사례만 벌써 9건에 달한다. 사망 등 독감백신 접종에 따른 문제 발생 빈도가 현격히 늘어난 것이다. 백신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당국의 판단이 맞다면, 왜 이렇게 갑자기 급증한 것일까.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21일 독감 예방접종 사업 관련 브리핑을 열고 “62세 이상 노인 예방접종을 19일부터 시행한 후 사흘 동안 300만명 정도가 접종을 했다”며 “초기에 많은 접종이 진행되면서 관련된 사망 신고가 며칠 사이에 많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접종 '모수'가 늘면서 부작용 사례도 확대된 결과로 보인다는 것이다. 초기에 이렇게 접종 인원이 몰린 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독감 예방 심리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사망 사례 만이 아니라 독감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 신고도 크게 늘었다. 20일 기준으로 431건이 접수됐다. 2017년 108건, 2018년 132건, 그리고 지난해 177건 등 예년 연간 신고건수의 2, 3배에 달한다. 여기엔 조사를 이전보다 강화한 것도 주요 원인이라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정 청장은 “올해 이상 보고 건수가 늘어난 것은 상온 유통 백신과 백색 입자가 나온 백신을 접종한 사람들에게 이상반응이 있는지 능동적으로 조사를 시행했기 때문”이라며 “백신 안전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신고를 해줘서 증가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백신 자체는 안전하기 때문에 접종을 해야한다는 게 보건당국의 판단이다. 질병청 예방접종피해조사반은 두 차례에 걸쳐 사망자 6명에 대해 3가지 항목을 조사했다. △독감 백신 자체의 독성물질 △특정 약물 등에 노출된 뒤 수 분~수 시간 내에 전신에 일어나는 중증 알레르기 반응인 아낙필락시스 증후군 △기저질환 여부 등이다. 예방접종피해조사반장인 김중곤 서울대 명예교수는 브리핑에서 백신내 독성물질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밝히며 “세계보건기구(WHO)는 9월에 고령자 등은 꼭 예방접종을 실시하라고 강력히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백신 사고를 우려해 접종을 피할 경우 트윈데믹(코로나19와 독감의 동시유행)이라는 비싼 값을 톡톡히 치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대부분 기저질환을 지닌 고령자들은 예방접종 수칙을 잘 지켜야 한다고 당국은 밝히고 있다. 접종 후 의료기관에서 15~30분 간 이상반응 여부를 관찰하고, 접종 대기 중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고, 접종 당일에는 무리한 운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정 청장은 “고령의 어르신이 있는 가족은 어르신의 접종날짜와 접종 후 안전관리를 같이 챙겨봐 주시기를 당부드린다”며 “국민들이 백신 접종을 굉장히 불안해하시는 것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의료계 전문가들 대다수 역시 안전수칙을 지키며 백신접종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백신 자체에는 문제가 없는 만큼 접종을 하는 것이 좋다"며 "접종 후 2, 3일은 무리하지 말고 집에서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