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볼까, 공룡 볼까...해남 땅끝의 보물은 따로 있다

입력
2020.10.23 10:00

기차 타고 렌터카 타고, 땅끝 해남 박물관 기행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비대면 여행지가 각광받고 있다. 되도록 덜 알려진 곳, 사람이 몰리지 않는 곳을 찾는다. 해남은 거리두기 여행의 최적지다. 바다와 이색 박물관, 캠핑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해남 여행법을 소개한다. ‘2020 해남방문의 해’를 기념해 많은 관광지에서 입장료 10% 할인을 실시하고 있다. 입장권을 살 때 미리 확인하자.


땅끝전망대 가서 꼭 들러야 할 곳, 땅끝해양자연사박물관

서울 용산역이나 수서역에서 고속열차로 목포역까지 2시간30분, 다시 렌터카로 1시간30분을 달리면 해남 땅끝마을이다. 모노레일을 타고 갈두산 땅끝전망대에 오르면 긴 여정의 피로를 한꺼번에 날려버릴 드넓은 풍광이 펼쳐진다. 끝없는 바다와 섬, 해변에 옹기종기 붙어 있는 마을 풍경이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고 조화롭다.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한반도의 끝을 확인하고 싶은 게 여행자의 본능, 천천히 걸어 돛을 펼친 것 같은 삼각뿔 모양의 땅끝탑에 멈춘다. 북위 34도 17분 32초, 더 이상 나아갈 곳이 없다.


땅끝이 전부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바다를 육지로 옮겨 놓은 곳, 인근의 땅끝해양자연사박물관은 꼭 들르길 추천한다. 원양어선 선장 출신으로 바다 경험이 풍부한 진짜 바다 사나이 임양수 관장이 40여년간 채취ㆍ수집한 해양 생물 표본 1,500여종, 5만여점을 전시하고 있다. 단일박물관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화석류 어류 상어류 갑각류 남극생물과 육지생물까지 전부 모형이 아닌 실물 표본이다.

아쿠아포토존에서 인증사진을 남기고 전시실로 들어선다. ‘시작海(1전시실)’에서는 선캄브리아대,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의 대표 화석이 바다의 탄생을 알려준다. ‘대단海(2전시실)’에 들어서면 길이 25m, 3톤 무게의 대왕고래 뼈 모습에 깜짝 놀란다. 대왕고래는 긴수염고래과에 속하는 거대 바다 생물로 성체의 몸무게는 평균 7,000~13만6,000kg, 암컷은 최대 17만 7,000kg에 이른다. 밍크고래 태아 표본도 흔치 않은 전시물이다.



‘다양海(3전시실)’는 고래상어, 대형 가오리, 백상어 등의 실물 표본으로 수중 생태계를 표현했고, ‘소중海(4전시실)’는 인류의 마지막 보고 남극의 소중함을 펭귄과 함께 소개한다. 이만하면 그 어떤 학교보다 뛰어난 학습장이자 체험장이다. 땅끝모노레일 탑승료는 왕복 5,000원(편도 3,500원), 땅끝전망대 입장료는 1,000원, 땅끝해양자연사박물관(tmnhm.co.kr) 관람료는 성인 5,000원이다.


발자국만 남기고 어디로 갔을까? 해남공룡박물관

해남 황산면 우항리는 세계 최초로 익룡과 공룡, 새의 발자국이 동일 지층에서 발견된 곳이다. 우항리 해남공룡박물관은 아이들이 특히 좋아할 공룡 천국이다. 백악기 퇴적층에서부터 이 지역의 지층 변화 과정을 보여주는 디오라마로 관람을 시작한다.


‘공룡실’은 트라이아스기, 쥐라기, 백악기를 대표하는 공룡 모형을 전시하고 있다. 아시아 최초로 공개되는 알로사우루스 진품 화석에 특히 시선이 간다. 공룡의 제왕 티라노사우르스가 초식공룡 에드몬토사우르스를 공격하는 장면을 재현한 중생대재현실을 비롯해 해양파충류실, 익룡실, 거대공룡실, 새의 출현실 등 볼거리가 넘친다. 진짜는 야외 보호각에 있다. 초식공룡의 긴 목을 형상화한 1보호각엔 263개의 공룡발자국이 남겨져 있다. 2보호각에는 아시아에서 최초로 발견된 익룡 발자국 433점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물갈퀴새 발자국 1,000여점이 있다. 3보호각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별 모양의 대형 초식공룡 발자국을 관찰할 수 있다. 입장료는 5,000원.

해남 윤씨의 자랑, 고산윤선도유물전시관

다음 목적지는 해남의 풍류와 멋이 깃든 고산윤선도유물전시관. 해남 백련동에 터를 잡고 500년 넘게 살아온 해남 윤씨 어초은공파 녹우당 사람들의 유물이 체계적으로 전시돼 있다. 1전시실은 가계와 집안의 역사, 고문헌 자료와 유물을 전시 중이다. 2전시실은 조선 중기 국문학의 최고봉으로 일컫는 고산 윤선도, 조선 후기에 풍속화와 진경산수화로 새로운 화풍을 개척한 공재 윤두서를 자세히 소개한다. 특히 윤두서 자화상, 해남윤씨 가전고화첩, 윤선도 종가문적, 윤단학 노비허여문기 등은 해남 윤씨 뿐만 아니라 학계에서도 가치를 인정하는 유물이다. 입장료는 성인 2,000원.



해남 여행 마무리는 오시아노캠핑장에서

해남에서 하룻밤 묵을 요량이면 바다를 머금은 오시아노캠핑장(oceano.modoo.at)을 추천한다. 이용 요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텐트, 테이블, 화로, 취사세트 등 캠핑 장비를 대여하기 때문에 사전 준비 없이 몸만 가도 이용 가능하다. 자전거, ATV, 패밀리카트를 대여해 주변을 둘러봐도 좋다. 초승달 포토존은 멋진 야경 사진을 선사한다. 캠핌장 이용료는 1만5,000~3만원, 장비 대여료는 별도다. 오시아노캠핑장 가는 길에 목포구등대가 있다. 목포에서 신안, 제주도로 가는 배가 통과하는 길목으로 하얀 등대와 해안 절경이 일품이다.


박준규 대중교통여행 전문가 http://traintrip.kr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