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수돗물에서 유충이 잇따라 발견돼 비상이 걸렸다. 유충들이 발견된 지역은 서귀포지역 상수원 정수장에서 수돗물을 공급받고 있는 주택들로, 사흘 만에 6건이나 발견되면서 해당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1일 제주도 등에 따르면 도내 수돗물 유충 발생은 지난 19일 서귀포시 서귀동 주택가 샤워기 필터에서 처음으로 발견됐고, 다음날 보목동에서도 확인됐다. 이어 이날 서귀포시 대포동, 법환동, 월평동, 강정동 등에서 4건의 신고가 접수돼 모두 6건이 신고됐다. 도는 발견된 유충을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에 정밀 검사를 의뢰했다. 1차 검사 결과 인천 등 타 지역에서 문제가 됐던 깔따구 유충은 아닌 것으로 확인했다.
문제가 된 유충이 발견된 지역은 모두 서귀포 동(洞) 지역이고, 강정정수장에서 수돗물을 공급받고 있다. 강정정수장은 하루 2만5,000톤의 수돗물을 급속여과방식으로 정수해 2만2,700여 가구에 공급하고 있다.
앞서 도는 지난 7월 인천시 수돗물 유충 발생 당시 강정정수장을 비롯해 도내 17개 정수장을 자체적으로 실시한 특별점검에서는 유충이 발견되지 않았다. 당시 도는 제주지역은 타 지역 정수장과는 달리 깔따구 유충이 서식할 수 있는 활성탄 여과장치 방식을 이용하지 않아 유충 발생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불과 3개여월 만에 도내 수돗물에서 유충이 발견되면서 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도는 신고지역을 중심으로 현장 조사를 실시한 결과 강정천 원수 및 강정정수장에서 유충을 발견했고, 강정천 취수원 및 취수원 상류지역에 유충이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도는 유충 발생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환경부 역학조사반과 함께 원인 규명을 위한 정밀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20일 유충발생 정밀역학조사반을 제주에 파견했다. 역학조사반은 상황종료 전까지 제주에 머물며 유충 발생원인과 발생원 차단, 공급계통 모니터링 등을 지원하게 된다.
도는 또 강정정수장으로부터 수돗물을 공급받고 있는 지역 주민들에게 수돗물을 음용을 자제할 것을 권고하는 등 유충발생에 따른 조치사항 등을 재난문자를 통해 안내하고 있다. 이외에도 제주도개발공사와 협조해 동주민센터에 삼다수를 비치ㆍ지원하고, 직접 구입할 경우에는 영수증을 첨부하면 상수도요금을 감면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날 원희룡 제주지사도 급히 강정정수장을 찾아 현장 점검을 벌였고, 조명래 환경부장관도 긴급 영상회의를 개최해 유충 차단 및 대응 상황을 점검했다.
원 지사는 이날 현장점검 과정에서 “지금 당장은 유충 발생의 정확한 원인을 파악해 곧바로 약품이나 장비 등을 투입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유충차단장치가 마련되기 전까지 서귀포시민들이 식수를 마시는데 불안해하지 않도록 삼다수를 식수용으로 지원해야 한다”며 “또한 추가적인 유충 신고 상황과 전문가들의 점검 결과를 보면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면 생활용수를 단수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