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임기만료 '릴레이' 금융협회장… '전관 바람' 다시 부나

입력
2020.10.22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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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연합회와 손해보험협회, 생명보험협회 등 주요 금융업권 협회장들이 내달 초부터 연말 사이 연달아 임기 만료를 맞는다. 한동안 '민간 출신 회장' 바람이 불었던 이들 협회장 자리에 올해는 전직 장관, 국회의원 등 거물급 전관의 이름이 주로 오르내리면서 다시 ‘관(官) 출신’ 전성시대를 맞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손보협회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21일 첫 회의를 열고, 차기 회장 선임 일정을 논의했다. 이르면 오는 27일 두 번째 회의에서 후보가 결정될 가능성도 있다. 위원회가 회장 후보를 단수 또는 복수로 추천하면 회원사 총회에서 투표로 회장을 선출한다.

현재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출신인 강영구 메리츠화재 윤리경영실장(사장)과 마찬가지로 금감원 부원장보를 지낸 유관우 김앤장 고문이 후보군에 이름을 올린 가운데, 내달 5일 임기가 끝나는 김용덕 현 회장의 연임 가능성도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회장은 재경부 국제금융국장, 금융감독위원장을 지낸 고위 관료 출신이다. 임기 중 자동차보험료 인상, 실손보험 합리화 등 업계 주요 현안을 금융당국, 정치권과 적극 조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역대 손보협회장 연임 사례가 거의 없었다는 점은 변수다.

은행연합회 역시 오는 26일 이사회를 열고 차기 회장 후보 추천 논의를 시작한다. 내달 임기가 종료되는 김태영 현 회장과 전임 하영구 회장 모두 민간 출신이었지만, 이번에는 관 출신이 올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현재 국회 정무위원장 출신의 민병두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최종구,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등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하마평이 모조리 전관 출신으로 채워지는 현상에 우려도 제기된다. 최근 금융노조는 성명을 내고 “은행연합회장은 전문성과 금융현장 경험은 물론, 회원사를 설득하고 금융산업 전체를 중재할 리더십도 요구된다”며 “관료 및 정치권 인사의 이해충돌 방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올드보이" "관피아(관료+마피아)" 논란 부담에도 불구하고 올해 금융권 협회장 후보로 이처럼 관 출신이 많이 거론되는 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극복에 금융권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정부와 원활하게 소통할 중량급 인사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무조건 '관 출신은 안된다'는 식의 거부감도 과거보다 덜해졌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 비판 여론이 커지면서 민간 출신이 대거 협회장으로 선출됐지만, 갈수록 금융권 규제에 대한 반감이 높아지자 오히려 금융사들이 정부와 정치권에 힘 있는 목소리를 낼 인물이 필요해졌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와의 경쟁 심화 등으로 금융업계 입장을 강하게 대변할 방파제가 필요하다는 시각이 커졌다”고 말했다.

한편 12월8일 임기가 끝나는 신용길 생명보험협회장의 후임 인선 작업은 손보협회장 선출이 끝난 내달 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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