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사전투표, 바이든에 유리?... "신규 지지자 아니면 큰 의미 없어"

입력
2020.10.2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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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3,700만명... 2016년 총투표자 25% 넘어
"민주당 지지자 많아 바이든 유리" 해석 많지만
"기존 유권자라면 사전투표 열풍 무의미" 해석
공화당 지지자들은 11월 3일 현장투표 몰릴 듯

미국 대선 사전투표자가 3,700만명을 넘어섰다. 2016년 대선 투표자(1억3,600만명)의 4분의 1을 넘어선 수치다. 내달 3일 선거일까지 2주 가량 남은 만큼 역대 최고치를 찍을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에 유리하다는 해석이 많지만, 조 바이든 후보가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

20일(현지시간) 미국선거프로젝트(USEP) 집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까지 유권자 3,712만명이 사전투표를 마쳤다.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플로리다주(州)에선 사전투표자가 우편투표를 포함해 벌써 303만명에 달한다. 조기 현장투표가 시작된 19일 하루에만 36만명이 몰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 속에 두 후보의 치열한 경쟁이 양측의 지지자를 결집시켜 고공 투표율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투표자 당적이 공개되는 19개 주의 집계 결과를 보면 민주당 지지자의 투표율(52.7%)이 공화당(25.3%)을 압도했다. 수치 자체로만 보면 바이든 후보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앞서간다는 의미다. 이날 공개된 미 뉴욕타임스(NYT)ㆍ시에나대 여론조사에서도 바이든 후보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남부 조지아주에서 45%로 동률을 이뤘다. 애리조나주 역시 바이든 후보가 9%포인트 앞섰다. 애리조나 같은 주요 경합주는 물론 조지아를 비롯한 공화당의 아성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흔들리는 상황이다. 여기에 민주당 우위 사전투표 열풍이 지속될 경우 반전을 꾀하기 어려울 수 있다.

또 '한 바구니에 계란을 모두 담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은 위험하다는 지적도 있다. 사실상 11월 3일 대선 당일 현장투표에 '올인'하는 것을 두고서다. 그 날 눈폭풍이나 큰 비 등으로 투표를 포기하는 공화당 유권자들이 속출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2주 사이 코로나19 확산으로 투표소가 줄어들어 투표가 어려워지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반론도 적지 않다. 미 CNN방송은 "다수의 공화당원들은 의도적으로 11월 3일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 유권자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참여하는 우편투표보다는 선거일 당일 현장투표에 대거 몰릴 것이라는 얘기다. 이는 사전투표에 공화당 성향 유권자 참여가 적은 것을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하는 것과 맥이 닿아 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차례 우편투표 부정 가능성을 제기하며 현장투표를 독려해왔다.

미 워싱턴포스트(WP)도 "민주당 입장에서 올해의 사전투표 참여자가 추가되는 유권자들인지 원래 어떤 식으로든 선거일에 투표하려던 사람들인지가 핵심 질문"이라고 분석했다. 새로 바이든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참여가 아니라면 사전투표 열풍에 큰 의미를 둘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 플로리다 등 몇몇 경합주에선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한 이후인 5~8월 신규 등록 유권자 규모가 공화당 쪽이 오히려 더 크다는 통계도 최근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와 펜실베이니아주 유세에서 바이든 후보 아들 헌터의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다시 거론하며 법무부 차원의 수사를 촉구했다. 바이든 후보는 22일 마지막 대선후보 TV토론 준비를 위해 유세 일정을 따로 잡지 않았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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