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탈원전 '판도라의 상자' 없었나, 못 열었나

입력
2020.10.21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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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1년여간 진행해 온 ‘월성1호기 조기폐쇄 결정 타당성 점검’ 감사가 20일 애매하게 마무리 됐다. 조기폐쇄 결정 과정에서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다”고 결론을 내리면서 감사 청구를 주도한 야당 손을 들어준 듯하지만, 결정 자체의 타당성 측면을 “감사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감사결과가 공개되면 문재인 정부 핵심 국정과제인 ‘탈원전 정책’의 명운을 가를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 것이라던 야당 주장과도 일단 거리가 있는 결과다. 다만 절차상의 문제로 한정한다고 해도 '흠결'이 확인된 셈이라 정치권을 중심으로 공방이 더 번질 전망이다.

감사원이 이날 공개한 감사보고서에 ‘결정적 한방’은 없었다. 감사원은 “월성1호기를 계속 가동했을 때의 전기판매수익이 낮게 추정됐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야당 등 정치권 일각의 주장과 달리 조기폐쇄 과정에서 '자료 조작' 등 심각한 위법이나 탈법이 없었다는 점도 동시에 확인됐다. 의혹을 증명할 ‘스모킹 건' 이 없었다는 얘기다.


감사 결과에는 산업통상자원부 실무공무원들의 감사방해 행위 외에 탈원전 정책과 관련한 명백한 위법 행위도 담겨있지 않았다. 당초 형사처벌 전망까지 제기됐던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에 대해서는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 의무’를 위배했다고만 결론 내렸다.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저평가됐다는 점을 사실상 알고 있으면서도 적극적 역할을 하지 않았고, 조기 폐쇄 외에 방안 외에 다른 대안을 검토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정재훈 사장에 대해서도 '주의' 조치만 요구했다. 월성1호기 즉시 가동중단을 행정적으로 결정하는 과정에서의 절차적 하자만 감사원이 문제 삼은 것이다.

이번 감사 결과는 예상된 측면이 없지 않다. 현행법상 정부의 정책 결정에 대한 정당성은 감사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경제성 외에 월성1호기 즉시 가동중단 결정의 핵심 변수였던 '안전성 및 지역수용성' 문제는 애초부터 감사 범위에서 빠져 있었다. 감사원이 “이번 감사결과를 월성1호기 즉시 가동중단 결정의 타당성에 대한 종합적 판단으로 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밝힌 이유다. 감사원 스스로 일종의 ‘절충안’을 택했다고 해석 할 수 있는 대목이다. 감사에 대한 최종 결정이 계속 미뤄진 것도 감사원 내부적으로 이런 판단들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다만 감사원 감사 결과는 월성1호기 즉시 조기폐쇄 결정에 흠결이 일부 있었다는 사실도 확인 시켜줬다. 비록 우회적이긴 하지만 평가기준에 대한 명시적 규정 등이 부재하다고 지적한 부분도 이런 맥락이다.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탈원전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었던 여권 입장에서는 향후 적지 않은 정치적 부담을 짊어지게 됐다. 당장 야당은 이번 감사 결과를 근거로 ‘탈원전 정책’의 부당성을 정치 쟁점화 할 태세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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