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시대 뚫은 '캣츠' 공연 ... "곧 대구도 위로하러 갑니다"

입력
2020.10.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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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40년이나 이어지고 있는 전설적인 작품에 참여하게 된 건 엄청난 행운이에요.”

20일 서울 잠실동 샤롯데씨어터에서 만난 뮤지컬 ‘캣츠’의 주역 3인방, 브래드 리틀(56)과 조아나 암필(45), 댄 파트리지(27)는 한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올해 40주년을 맞은 ‘캣츠’는 설명이 더 필요 없는 작품. 1981년 초연 이후 전 세계 8,000만 관객을 동원했다. 흥겨운 춤과 감미로운 노래를 뽐내는 각양각색 고양이들이 매력 포인트다. 지금 전 세계에서 오리지널 프러덕션은 한국 무대 뿐이다. 코로나19가 막지 못한 단 하나의 무대인 셈. 그래서 한국은 배우들에게 너무나 소중한 무대다.

‘브로드웨이 스타’ 리틀은 선지자 고양이 올드 듀터러노미를 연기한다. ‘오페라의 유령’에서 유령 역으로 2,000회 이상 공연한 단 4명의 배우 중 한 명이기도 한 그는 한국인과 결혼했다. 국내 팬들에겐 ‘빵(브래드) 서방’이라 불린다. 암필은 홀로 초라하게 늙어가는 암고양이 그라지벨라 역을, 파트리지는 섹시한 반항아 고양이 럼 텀 터거 역을 맡아 한국을 처음 찾았다. 두 배우는 “안녕하세요!” “반가워!” 같은, 어설프지만 귀여운 한국어로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배우들은 세계 유일 무대인 만큼 한국 무대와 팬들에게 각별한 감사의 뜻을 나타냈다. 이들 역시 입국 뒤 2주간 자가격리를 거쳤다. 암필은 “자가격리 해제의 날, 마침내 친구들을 만나 대화하고 껴안을 수 있었다”며 가장 감격스러웠다 했다. 파트리지는 “뮤지컬의 본고장이라는 미국, 영국 무대에 서지 못하고 있는 동료 배우들을 생각하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캣츠’에서 가장 유명한 주제곡은 ‘메모리’. 그리자벨라가 달빛을 바라보며 부르는 ‘메모리’는 새로운 날에 대한 희망을 드러내는 곡이다. 암필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코로나19 시대를 따스하게 위로한다. 리틀에게도 이 노래는 특별하다. 그는 이번 내한 공연 중 어머니와 사별했다. 그는 “암필이 ‘메모리’를 부르는데 눈이 퉁퉁 부을 정도로 펑펑 울었다”며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라 말했다.

‘캣츠’는 12월 6일까지 서울 공연을 연장한데 이어, 대구로 무대를 옮긴다. 대구는 코로나19로 큰 고통을 받은 곳이다. 리틀은 “새로운 팬들을 만나 위로할 그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표향 기자
김단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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