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사망한 고 김원종 택배기사의 산재보험 적용제외신청서 대필 의혹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이 “대필이 맞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공단은 해당 대리점이 제출한 대필 신청서 무효화 작업에 착수했다.
20일 오전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산하 기관 국정감사에 출석한 강순희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은 “(고 김원종씨의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서가) 대행사인 회계법인에 의해 대필됐고 본인이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고용부와 근로복지공단은 지난 16일 김씨가 일하던 CJ대한통운 강북지사 송천대리점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했고, 신청서가 위법하게 작성됐다고 법률적 결론을 내린 상태다. 이에 공단은 고인을 비롯한 대리점 동료 8명에 대해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서를 무효화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 제도는 보험료 납부를 부담스러워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를 배려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오히려 사업주의 보험료 납부 회피수단으로 악용되면서 이번 사건처럼 대필은 물론 신청서 작성 강요도 횡행하고 있다. 지난 4월 택배기사 1명이 사망한 CJ대한통운 파주제일대리점 소속 기사 41명에 대해서도 신청서 대필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에 대해 “특고 직종의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서를 조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나 강 이사장은 “전수조사는 쉽지 않기 때문에 우선 택배업 및 적용제외 신청률이 높은 분야부터 조사를 하겠다”고 답했다. 고용부와 근로복지공단은 현재 제출된 택배기사 산재보험 적용제외신청서의 위법 여부를 조사 중이다.
여당은 지난 14일 특고의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사유를 축소하는 내용의 산재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별도 사유 없이 특고 당사자의 의지만 확인되면 적용제외가 가능한 현행법을 변경해 오직 질병이나 육아, 사업주 귀책으로 인한 휴ㆍ폐업시에만 적용제외를 허용하는 내용이다. 지난 19일에는 이 제도를 아예 폐지하고 모든 특고에 산재보험을 당연적용하는 내용의 개정안(윤준병 민주당 의원 대표발의)도 발의됐다.
한편 올해 택배노동자의 산업재해율은 다른 업종 평균의 4.5배인 것으로 나타났다. 임종성 민주당 의원이 고용부로부터 제출 받은 ‘택배 노동자 산재율 및 업종별 산재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택배 노동자의 산재율은 1.27%이었다. 이는 지난 6월 말 기준 업종 전체 산재율(0.28%)의 4.53배에 이른다.
다만 이는 실제 택배노동자의 산재율보다 크게 낮은 수치일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가 계산한 산재율은 현재 택배 노동자로 입직신고한 총 1만9,802명 중 산재보험 가입자(7,873명)가 산재 승인을 받은 건수(100건)를 계산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현재 산재보험 적용제외를 신청한 택배기사는 1만1,929명으로 전체의 60%에 달한다. 최근 사망한 고 김원중씨나 한진택배 소속 김모(36)씨 등도 적용제외 신청자였던 만큼 공식 산재 통계에는 포함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